다음달 2일 실시될 지방 선거를 앞두고 일리노이주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발생했다.
전자투표기 제작 회사가 녹색당 후보 리치 휘트니(Rich Whitney
·사진)의 성에서 ‘n’을 빼버리는 바람에 그의 이름이 리치 화이티(Rich Whitey)로 전자투표기 터치스크린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부유하다는 의미의 ‘Rich’에 백인을 조롱할 때 사용하는 비속어 ‘Whitey’가 결합, 졸지에 ‘부자 흰둥이’가 되어버린 휘트니에게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그가 녹색당 후보이기 때문에 이 오류는 단순한 해프닝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들 전자투표기가 사용된 23개 투표소가 공교롭게도 흑인이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조직력, 자금력이 취약한 녹색당과 같은 제3당이 탄탄한 양당구조의 미국 정치구조에서 경쟁을 벌이는 경우는 매우 적다. 그럼에도 4년 전 일리노이 주지사 선거에서 휘트니 후보가 기록적인 지지율인 10.58%를 얻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친환경·반전을 내세운 활동으로 지지층을 넓혀왔다.
전통적으로 미네아폴리스와 디트로이스에서 지지율이 높은 녹색당이 2008년 전당대회를 시카고에서 개최할 만큼 일리노이에 쏟는 열성은 대단하다. 이번에 TV토론회에 나선 휘트니는 공화당 후보(현 주지사인 빌 브래디)·민주당 후보(팻 퀸)를 압도하는 활약상을 보여줬다. 녹색당으로서는 이런 와중에 터진 전자투표기 사건을 단순한 실수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선거준비위가 투표일 전까지 전자투표기를 모두 수리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책임규명 논란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 같다.
여론 조사는 퀸과 브래디가 경합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휘트니에게 악재로 작용할지, 오히려 예기치 못한 선전효과를 낳아 호재로 작용할지 자못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