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이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그린 SBS 수목드라마 ‘대물’이 정치권을 비롯해 방송·광고계를 강타하고 있다. 갖가지 해석과 화제를 양산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는 ‘대물’에 이목이 집중되는 중이다.
정치권도 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여성 대통령 만들기’라는 극의 소재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연상시킨다는 면에서 여당 내 친이계와 야당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공식적으로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거나 “극의 진행을 더 보고 판단할 일”이라며 신중한 반응이다.
그러나 첫 방송 직후인 지난 7일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극 중 대통령 탄핵안을 제출한 야당 ‘민우당’의 당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민’자를 쓸 게 아니라 ‘한’자를 썼어야 맞지 않겠느냐”면서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군을 형성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드라마가 편파적이지 않느냐”며 SBS에 직설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나라당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여성 대통령 소재가 이제야 나온 것은 만시지탄”이라며 은근한 환영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해 ‘선덕여왕’에 이어 ‘대물’이 방영되고 있는 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으로 지지율을 회복한 박 전 대표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여성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소재에 호응하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기대감이 높게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가에 ‘물건’으로 부상한 이 드라마는 14일 26.1%(AGB닐슨 전국 기준)로 지상파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총 24회 방송에 붙을 광고는 일찌감치 완판됐다. 1편당 1300만원이던 광고 단가는 20% 프리미엄이 붙어 회당 4억2000만원(최대 28개), 총 104억원 이상의 광고 수익을 확보했다.
주인공 고현정의 주가도 하늘을 찌를 태세다. 올 들어서만 한국 닌텐도, 옥션, 르노삼성, 금호석유화학 등과 계약한 그는 ‘대물’ 이후 광고 제의가 밀려들며 부동의 ‘CF 퀸’ 자리를 예약했다. 그러나 SBS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작가의 도중하차를 둘러싸고 불거진 외압시비가 최근 새 연출자 투입으로 확산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SBS는 “작품의 방향에 대한 제작진 간의 견해차가 있었을 뿐”이라며 “사회적으로 여성 파워가 강해지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지 정치적인 의도는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사진설명] SBS 수목드라마 '대물'의 주인공 이수경, 차인표, 고현정, 권상우(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