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신드롬을 다시 지피고 있는 서울시향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세 번째 무대가 열린다.
다음달 3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정명훈 예술감독의 지휘로 연주될 곡은 말러 생전에는 한 번에 호평받지 못했던 교향곡 1번이다.
말러 스스로 ‘처음부터 구스타프 말러 자신이었다’고 규정 지었듯이 말러라는 거장의 출발을 알린 곡이다. 작품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1889년 초연 이후 수정을 거쳐 ‘거인(Titan)’이라는 제목이 붙여졌고 1896년 5악장의 교향시에서 당초 2악장이었던 ‘불루미네’가 떨어져 나가고서야 교향곡 1번이 됐다.
1악장은 봄의 기운과 주인공의 활기를, 2악장은 랜틀러와 왈츠가 교차하며 주인공의 역동적인 활동을 보여준다. 3악장은 ‘숲속의 동물들이 사냥꾼의 장례식을 치른다’는 아이러니한 표제로 대표된다. 돌림노래 ‘자크 형제’를 단조로 옮긴 선율과 집시밴드의 우스꽝스러운 리듬이 뒤섞여 실연의 고통에 빠진 젊은이를 보여준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가혹한 운명을 딛고 서는 위풍당당한 주인공을 7명의 호른 주자로 표현한다.
연주회의 협연자인 라두 루푸도 관심사다. 30여 년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를 사절해 와 ‘은둔자’로 불리는 루푸는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1996년 다니엘 바렌보임과의 듀엣 앨범을 마지막으로 현재까지 레코딩을 하지 않고 있으며 한정된 횟수의 콘서트 무대에서만 만날 수 있을 뿐이어서 내한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이번에 베토벤의 다섯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시적이고 서정적인 4번을 들려준다.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함께 베토벤 중기 걸작을 대표하는 이 곡을 루푸가 어떻게 해석할지, 정명훈의 서울시향과 어떤 앙상블을 일궈낼지 기대를 모은다.
서울시향의 말러 2010시리즈는 12월 30일 말러 교향곡 3번으로 막을 내린다.
문의:158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