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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다양한 목소리의 소중함

[굿모닝 레터]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어느 극장. 지난해 쌍용자동차 파업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 ‘저 달이 차기 전에’ 상영 후 감독과 관객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제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한 장면이었다.

한 남자 고교생이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지만 지나치게 노동자의 입장만 대변한 것은 아닌가? 사측의 입장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고 물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이었던 내게도 행사의 목적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질문이었다.

내가 이 영화제를 맡게 되며 세운 원칙 중 하나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였다. 이는 나의 원칙이자 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하는 경기도와 공유한 것이기도 했고, 이 원칙이 지켜져야만 영화제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처음 영화제 상영작 리스트를 보고받고 적잖은 우려를 했다. 용산참사나 쌍용자동차 파업 등 현 정부가 부담스러워할 만한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 청소년의 질문은 잠시나마 품었던 걱정마저도 얼마나 부질없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쌍용차 사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사회의 주류 의견에 대한 반론이고, 이 어린 관객의 질문은 그 반론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제기이다. 다양한 시선이 거리낌 없이 주장되고 이들이 한데 어울려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 바로 영화제라는 장에서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이다.

민주주의는 나의 주장이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먹고 자란다. 그것이 바로 문화이고 성숙한 사회를 이루는 토양이다. 나와 다른 시선을 부정하는 순간 사회는 뼈만 남고 문화는 시들어간다. 건전하고 정당한 시선은 누군가가 규정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견이 충돌하며 수렴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보수적인 부시 정권하에서도 9·11테러와 이라크 전쟁의 의혹을 신랄하게 파헤친 다큐멘터리영화 ‘화씨 9/11’ 같은 작품이 제작돼 흥행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은 분명 성숙한 사회이다. 반면 자신의 사회·정치적 소신으로 말미암아 이리저리 휘둘리는 몇몇 방송인들이 존재하는 한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내년 영화제에서는 또 어떤 작품이 어떤 관객과 만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배우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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