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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샌델 교수도 반할 ‘정의로운’ 드라마

[차우진의 TV토크]

주변에서 요즘 드라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당장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오후 8시 반부터 자정까지 TV 앞에 앉아 있다.

SBS ‘닥터챔프’와 KBS2 ‘성균관 스캔들’, 그리고 EBS의 ‘다큐10’을 연달아 보기 때문이다. 여기에 SBS ‘대물’과 KBS2 ‘도망자 플랜비’까지 더하면 일주일 내내 드라마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요즘 사람들의 흥미를 북돋는 드라마들의 주인공이 삐딱하면서도 정의로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까칠한 태도로 뭐든지 대충 하는 법이 없는 ‘닥터챔프’의 이도욱(엄태웅)이나 인간의 도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김연우(김소연)가 그렇고, 원칙주의자로 스스로에게도 그 원칙을 적용시키는 데 주저함이 없는 ‘성균관 스캔들’의 이선준(믹키유천)이나 계산적인 정치보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앞서는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등이 그렇다.

이런 캐릭터에 대한 높은 호응은 물론 그들이 정의롭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로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역설적으로 이 세계가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나마 원칙을 지키고,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또한 그를 통해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의 책임을 느끼는 인물들(그들이 모두 사회적인 직업-의사나 공무원-에 종사한다는 점 또한 의미심장하다)에 열광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런 드라마의 정의로움은 인터넷 뉴스 밑에 달린 ‘베플’과도 같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차이가 있다면, ‘베플’에는 배배 꼬인 유머가 있고 드라마에는 주인공의 활극이 있다는 정도다.

물론 이 ‘정의로움’은 그렇게 단순명쾌하게 정의되지 않는다. 정의로운 인간들은 언제나 그렇지 않은 세력들에 의해 실패하고 좌절하고 몰락한다. 그것이 일단 현실이다. 마이클 샌델마저도 정의를 정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의를 규정하는 데 실패하는 사람이나 정의의 몰락을 보여주는 사람이나 모두들 그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과 태도는 잃지 않는다. 정의의 역설은 그것이 현실에서 실패할 때 비로소 우리 앞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이클 샌델의 모호한 정의론을, 드라마의 젊은이들이 내뱉는 대사를, 가상현실 속의 대통령이 내리는 결단을 보면서 피가 끓는다. 그래서 남는 건 ‘과연 이런 판타지가 현실의 정의 구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질문이다.

공익광고 같은 말이겠지만, 결국 정의로움의 실현은 각각의 실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똑바로 살기란 역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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