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9개의 새로운 건강 조사 결과를 발송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낸 ‘23andMe’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그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처럼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모든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지니고 있으니) 생명공학 벤처다. 지난 7월 우연한 기회에 이 회사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 때 채취한 나의 DNA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으니 홈페이지 접속해서 결과를 확인해보라는 e-메일이었다.
회사의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하면 재미있는 문장이 나를 맞이한다. “당신에게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말 그대로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나’를 알기 위해 봉인을 여는 것 같은 느낌이다.
화면에는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조상들이 각각 어느 곳에서 유래했는지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정보에서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정 암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거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깨나 심각한 정보까지 다양한 유전자 분석 결과들이 짜임새 있게 구성돼 있다. 결과를 받아들고 특정 병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면 물론 기분이 좋을 리 없겠지만 자신에게 닥칠 확률 높은 위험요소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그 정도쯤은 감수할 수 있을 것이다.
23andMe에서 유전자를 채취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손가락만 한 투명플라스크에 절반 정도 침을 담아서 보내면 그 침 속에 섞인 DNA를 채취해 정보를 분석하는데 이러한 방법을 통해 타인이 함부로 나의 유전정보를 알아내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23andMe에서 제공하는 유전자 검사의 가격인 500달러가 그리 싼 것은 아니지만 500달러를 내고 미래에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한 번쯤 검사를 권해보고 싶지 않을까? 유전자 분석이 우리에게 이처럼 쉽고 가깝게 다가왔다는 사실도 놀랄 만한 사실이지만 간단한 아이디어로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지닌 회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도 배울 점이 적지 않다.
/하버드 대학교 공공정책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