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진 참사가 중학생 아들 이모(13) 군의 방화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군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집에 불을 지른데다 알리바이 위조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21일 오전 3시35분께 성북구 모 중학교 2학년생 이 군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이틀전 미리 준비해둔 휘발유를 집안에 뿌리고서 불을 질러 아버지 이모(48)씨와 어머니 최모(39)씨, 여동생(11), 할머니 박모(74)씨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군은 범행 뒤 1시 30분 만에 귀가해 통곡하면서 범행을 은폐하려 했지만 혼자 무사했던 점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집요한 추궁을 견디지 못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군은 경찰에서 평소 춤을 추거나 사진을 찍는 데 관심이 많아 예고에 진학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며 폭행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군은 방화 직후 아파트 CCTV에 찍히지 않으려고 계단을 이용해 밖으로 빠져나가고 나서 길에서 만난 노숙자에게 휘발유 냄새가 밴 점퍼를 벗어주는 등 치밀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군이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여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서울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