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직설 화법으로 담아내는 한국 영화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즐거움을 안겨주는 오락거리의 수준에서 벗어나, 날카로운 비판과 풍자 정신으로 직격탄을 날리는 작품들이 부쩍 많아져 우리 사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물꼬는 한 청년 실업자가 취업을 위해 부탄인 이주 노동자로 행세한다는 줄거리의 ‘방가?방가!’가 텄다. 이 영화는 지난달 30일 개봉돼 지난 주말 전국관객 80만 명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순제작비 8억원으로 만든 저예산 영화란 점을 감안하면 성공적인 흥행이다.
이처럼 ‘방가?방가!’가 코미디로 한국 사회의 음지를 그렸다면, 28일과 다음달 4일 차례로 개봉될 ‘부당거래’와 ‘돌이킬 수 없는’은 검사 스폰서 파문과 검·경 갈등, 타블로 사건 등에서 드러난 집단 마녀사냥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룬다.
비리로 엮인 검찰·경찰·언론·기업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다는 ‘부당거래’에서 부패한 검사가 기업인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챙기고 향응을 제공받는 장면은 얼마 전 불거졌던 검사 스폰서 파문을 다큐멘터리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일으킨다. 또 ‘돌이킬…’은 유아 성폭행범의 신상 공개와 이로 인한 다수의 폭력을 인권 보호 측면에서 새롭게 바라보고 있다.
‘심야의 FM’은 사회악을 척결하겠다는 욕망에 과도하게 사로잡힌 한 사이코패스 청년과 책임지지 않는 매스미디어의 문제점을 등장시켜 공포를 자아낸다.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기능을 발휘하려 애쓰는 작품들이 최근 많아진 까닭은 기획·제작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비등하는 불만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회 지도층의 비리와 빈부격차, 유아 대상 범죄, 마녀사냥 등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심화하는 두통거리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좌절을 제작 트렌드에 반영시키겠다는 영화인들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살인의 추억’이 1980년대의 한 단면을 통해 한국 사회의 후진성을 통렬하게 반박했던 것처럼, 요즘 한국 영화들이 사회적 이슈를 다룸으로써 메시지와 재미를 동시에 전달하려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좀 더 의미 있는 성찰과 은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화팬 백정철(38·남) 씨는 “관객들의 처지에서는 요즘 개봉된 한국영화들이 우리 사회의 부조리로 인한 울분을 씻어주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