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조명을 받으며 무대를 누볐던 뮤지컬 배우가 제작자로 변신했다. 김미혜(40) 샘컴퍼니 대표의 얼굴에는 눈부신 가을 햇살이 넉넉하게 들어 차 있었다.
지난 4월 창립한 공연제작사 샘컴퍼니의 첫 작품은 왈가닥 수녀들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려낸 뮤지컬 ‘넌센스’의 최신작 ‘넌센세이션’(다음달 18일부터·두산아트센터 연강홀). 2005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라스베이거스 모험기를 담고 있다. 양희경·이태원·이혜경·홍지민·김현숙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1991년 ‘넌센스’의 국내 초연 때부터 막내 수녀 레오로 눈도장을 찍어왔던 김미혜는 이제 각색·제작자로 입장이 바뀌었다. 배우 황정민과 결혼, 2005년 임신과 출산 이후 5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예전부터 뮤지컬 제작을 꿈꿔왔어요. 남편은 연극·영화 제작을 하고 싶어했고요. 의기투합해 덜컥 회사를 차린 거죠.(웃음) 제가 제일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건 운명이지 않나 싶어요.”
‘넌센스’의 제작사인 극단 대중의 조민 대표가 작고한 뒤 아버지 같던 그의 대표작이 망가지는 게 싫어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제작 의사를 밝히자 과거에 출연했던 여배우들이 흔쾌히 참여했다.
프로듀서가 되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 배우들과의 관계도 180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자신의 역할에만 촉각을 곤두세웠다면 지금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엄마의 마음이 돼버렸다. 자신이 형광등이 돼 배우들을 비쳐주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반면 선배·동료 배우들은 자신을 제작자라기보다 같은 배우로 여겨 가차없이 요구사항을 쏟아낸다. 다소 억울한 ‘갑’의 처지다.
발레리나를 꿈꿨던 김 대표는 성균관대 무용과 재학 시절, 아르바이트로 극단생활을 하다가 뮤지컬 배우로 터닝했다. 육체로만 말하는 발레와 달리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코러스라인’ ‘라이프’ 등에 출연하며 15년을 달려왔다.
“국내 공연시장의 경우 규모에 비해 작품 수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다들 제작자 선언에 우려하시더라고요. 시장의 유불리함을 떠나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그런 그녀에게 바라보는 곳이 같은 남편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황정민은 “할 수 있어!” “안 되면 어때?”라는 말로 주술을 건다. 실패하더라도 꼭 행동으로 옮기는 점은 남편을 존경하는 대목이다.
“내년에는 소극장 연극을 제작할 계획입니다. 5년 뒤에는 궁극적 꿈이었던 창작 판타지 뮤지컬을 만들어보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