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슈가 출신이라는 수식어가 되레 어색한 요즘이다.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매력적인 악녀에 이어, 이번엔 케이블 채널 올리브의 ‘테이스티 로드’의 진행자로 나섰다. 여배우로 완벽하게 세팅된 모습이나, 20대의 한가운데를 걷는 일상 속 모습이나 박수진(25)은 ‘슈가’보다 더 달콤하다.
케이블 채널 올리브 ‘테이스티 로드’ 맡아
인터뷰 직전까지 홍대 거리를 바쁘게 쏘다녔다. 2030 여성들의 관심사를 따라 먹고, 입고, 즐기는 하루 스케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컨셉트 덕이다. 오밀조밀 인형 같은 마스크만 본다면 그의 취향이 ‘아기자기’ 혹은 ‘예쁘장한’ 것으로만 쏠릴 것 같다. 실상은 정반대란다.
“피자나 크림 파스타만 먹을 것 같은 얼굴이래요. ‘청국장 한 뚝배기∼’가 제 스타일인데. 후후. 트렌디한 가게도 잘 몰랐어요. 잠이 많아 늦게까지 놀 줄도 모르고, 경치 좋은 곳에 가서 물 구경, 산 구경 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트렌디한 여자로 거듭날 것 같아요.”
걸 그룹 멤버로 활동했던 만큼,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와의 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테이스티 로드’의 공동 MC를 맡은 개그우먼 박지선을 두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파격 조합’이라고들 했지만 ‘쿵’ 하면 ‘짝’하는 시너지가 기대 이상이다.
“벌써 데뷔 8년차인데 제 필드 안의 사람들이랑만 친분을 쌓았던 것 같아요. 유노윤호, 제이리치의 우주 같은 친구들과는 ‘85클럽’까지 만들었는데. 예전에 ‘개그 콘서트’에도 한 번 출연한 적 있는데 개그우먼 중에 친해진 사람은 언니가 처음이에요. 언니랑은 취향이 전혀 달라, 서로에게 신세계를 안내하고 있어요.”
다음 드라마선 ‘착한 여자’로
지난해 출연한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와 MBC ‘선덕여왕’을 통해 짧지만 또렷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많아야 4회 정도 출연했던 터라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겨를이 없었고,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채 매번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그러다 올해 ‘천만번 사랑해’와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 잇따라 악녀 역을 맡으며 그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대책 없이 못된 악녀 캐릭터를 묘한 매력의 소유자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갖게 된 거다.
“이번에 ‘…구미호’를 하면서 처음으로 쇼트 커트를 시도했어요. 그동안 ‘난 머리발이야’ 하고 다닐 만큼 긴 생머리에 고집을 부렸는데 말이죠. ‘어쩜 저렇게 얄미운 짓만 하느냐’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신나고 행복했어요. 욕먹은 만큼 칭찬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거든요.”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물색 중이다. 욕이라면 이미 실컷 먹었으니 이번엔 ‘착한 여자’가 될 차례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눈썰미 좋은 시청자라면 ‘테이스티 로드’의 색감이 유독 예쁘다는 걸 눈치챌 거예요. 요새 방송가에서 인기가 좋은 DSLR 카메라를 쓰고 있거든요. 지금은 멋진 파트너, 좋은 촬영 도구의 덕을 많이 보고 있지만 점점 스스로 예쁘게 빛나는 박수진이 되고 싶어요.”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