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범인 검거 실적에도 비 경찰대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매번 승진에 ‘물을 먹기’ 일쑤인 광역수사대의 에이스 최철기(황정민)는 매제(송새벽)의 비리 혐의가 포착되면서 정직 위기에 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관 강국장(천호진)으로부터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조작하면 앞날을 책임지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이 내사 중이던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장석구(유해진)에게 범인 조작과 내사 종결을 주고받는 거래를 제의한다.
한편 검사 주양(류승범)은 스폰서 김회장(조영진)이 최철기에게 구속당하자 최철기의 뒤를 캐던 중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검거 과정에 최철기와 김회장의 라이벌인 장석구가 연루된 사실을 알아채고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부당거래’에서 그리는 세계는 인간들의 물고 물리는 먹이사슬이다. 강자는 무자비하게 약자를 짓밟고, 약자는 강자에게 스스럼없이 꼬리를 내린다.
촘촘하게 씨줄과 날줄로 엮인 드라마는 숨 돌릴 새 없이 진행되며 약간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스폰서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는 검사와 조직 내 파벌 싸움에 밀려 결국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이고야 마는 경찰, 그리고 이들에게 기생하는 부패 기업인과 언론인들이 사건의 시작과 전개, 끝맺음을 골고루 나눠 가지는 덕분이다. 그래서일까? 잠깐 동안 쉬어 갈 수 있는 여백이 조금 아쉽다.
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을 넘어서 수준급이다. 극의 세 축을 책임진 황정민·류승범·유해진 등을 시작으로 출연진 모두의 눈빛과 대사는 보는 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낄 정도다. 특히 황정민은 짐짓 무표정해 보이는 표정만으로도 최근 출연작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이제껏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을 통해 충무로의 ‘액션 키드’로만 평가받았던 류 감독의 변신은 주목할 만하다. 결과는 ‘그동안 이런 영화 안 찍고 뭐하고 있었느냐’는 질책아닌 질책이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올 만큼 뛰어나다. 1970년대 서스펜스 드라마의 거장 시드니 루멧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원숙하면서도 여유가 넘친다. 차기작부터 과유불급처럼 느껴지는 직설화법만 살짝 줄인다면 더 나은 작품 세계를 선보일 듯싶다. 18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