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R&B 요정’ 박정현(34)이 돌아왔다. 15년 만에 대학을 졸업한 홀가분함과 1년간 끔찍이 무대를 그리워하며 쌓아놓은 에너지를 뿜어낼 시간이다.
15년만에 졸업장 땄죠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과에 다니다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한 그는 늘 학업을 마치지 못한 안타까움을 떨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6년 만에 복학했고, 상위 15%에 해당하는 우수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음악이 제 인생에서 최우선이지만, 공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목표했던 부분은 꼭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힘들게 복학했고요.”
가족들이 있는 LA에서 떨어져 뉴욕에서 혼자 생활했지만 11년 가수 생활로 잊고 지낸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공부 스트레스가 있긴 했지만 오랜만에 풀어진 생활을 즐겼어요. 제일 좋았던 건 감기에 걸려도 괜찮다는 거였죠. 한국에서는 늘 목관리에 예민했거든요. 화장을 안 해도 되고 파자마 입고 돌아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으니 좋던걸요. 또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음악에도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쉬지 않고 가수 활동을 하며 음악적 한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미국에 와서 완전히 털어냈고, 금세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갔다.
“모든 생활은 만족했지만 가장 참기 힘든 건 무대였어요. TV에 누가 노래하는 것만 나와도 바로 꺼버릴 정도였죠. 1년 동안 노래하지 않아 완전히 컨디션이 회복됐고, 정말 힘 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페라의 유령’과 입맞춤
시원스럽게 갈증을 씻어낼 컴백무대는 30∼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2010’이다. 10주년을 맞은 이 공연에 벌써 세 번째 출연하는 단골 손님이다.
“컴백 무대가 제 고향 같은 곳이라 편해요. 그리고 일단 재밌어요. 단독공연보다 부담이 덜하고 팀 플레이로 큰 그림을 같이 그린다는 점이요.”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뮤지컬 스타 홍광호와의 합동 무대다. ‘오페라의 유령’의 주역으로 막강한 팬층을 자랑하는 홍광호가 처음으로 대중가수들의 무대에 서는 것으로 서로 팬임을 자청하는 박정현과의 하모니는 팬들과 업계에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광호씨 얘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같이한다는 소식에 ‘그래! 이거야’라는 느낌이 왔어요. 함께 부를 노래는 영화 ‘물랑루즈’의 삽입곡인 ‘컴 왓 메이’예요. 서로 강추한 곡이죠. 뮤지컬 영화의 대중적인 노래라 마치 우리 두 사람 관계와도 같죠. 언제나 소름 끼치고 도전 욕구를 자극하던 곡을 드디어 부르게 됐어요.”
고교 시절부터 뮤지컬을 했고, 대학에 가서도 꾸준히 연기를 공부했다. 이번 미국 생활에서도 주드 로가 출연한 연극 ‘햄릿’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관람했다.
“광호씨와 연습하면서 예전의 꿈을 다시 깨울 수 있었어요.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뮤지컬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을 불어넣게 됐어요.”
‘슈퍼스타K 2’ 톱4(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와의 합동무대도 예정돼 있다. 이 중 존박은 박정현이 미국 LA예선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했던 인물이다.
“느낌이 참 좋았어요. 대부분 긴장을 많이 하는데 여유가 있어서 눈에 띄었죠. 가사 전달력도 좋고, 정말 노래를 잘하는 친구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최종회는 집에서 아주 긴장하면서 봤는데 2등이라도 정말 잘했어요. 무엇보다 한국말을 저보다 잘하는 것 같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