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는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김종관이 만든 첫 장편이다.
짧은 에피소드를 연결한 옴니버스에 가깝기 때문에, 첫 장편이라는 말은 무리가 있지만 이전에 만들어진 단편들을 묶었던 전작 ‘연인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각각 에피소드의 연결성을 고려한 작품이다. 인디영화관을 떠나 본격적으로 일반 관객들을 만나러 나선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한국의 카페 직원이 로테르담에 사는 폴란드 청년의 전화를 받는다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스토리보다는 분위기와 인상에 치중한 작품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남자와 동거 중인 남자 주인공이 여자 후배의 구애를 받는다는 내용으로, 이 작품 중 가장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이 영화에서 가장 드라마적 완결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새로 연애를 시작한 한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 옛날 여자친구에게 시달린다. 네 번째 에피소드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어지는 내용으로, 집으로 돌아온 남자주인공이 막 집으로 돌아온 남자친구와 결별하려 한다.
다섯 번째 에피소드는 이번 영화 중 가장 밝은 이야기로, 아직 완전히 애인이라고 할 수 없는 두 남녀가 남산 근처를 걸으면서 섹스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끝에 가서는 공연을 펼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영화 속 사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어떻게 살아가게 되는지에 대한 후일담을 듣게 된다.
마지막 작품을 제외하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긴 하나의 시퀀스로 구성되어 있고, 그 대부분은 배우들의 클로즈업과 대화로 채워져 있다. 관객들의 강한 집중력을 요구하고 드라마 역시 극도로 압축되어 있다.
두 번째 에피소드의 성애 묘사가 조금 튀기는 하지만, 이 에피소드들의 성격이 김종관의 기존 작품들에서 크게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
김종관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연기의 질은 언제나처럼 우수하다. 그중 가장 재미있는 배우는 ‘폴라로이드 작동법’의 청초한 이미지를 완전히 부수어버린 정유미이다. 2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