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성환(31)씨 @청계 광장 “입사 2년차. 업무를 알아갈수록 스트레스가 커져, 월요병이 심했다. 요새 점심시간마다 동료와 테이크아웃해온 도시락을 먹고 청계광장을 걸었더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진작 나올걸.”
# 방송작가 송지원(29)씨 @여의도 공원 “불규칙한 식생활과 잦은 야근의 나날. 점심시간만이라도 걸을 것을 결심하고 야채와 단백질 위주의 점심 메뉴를 사서 이곳에 온다. 몸이 가벼워졌다.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니!”
곧 스러질 가을의 청명함을 야무지게 즐기려는 젊은 직장인이 늘고 있다. 오피스 타운 인근의 녹지에는 간단한 점심을 사서 모여드는 정장 차림의 ‘오피크(Office Picnic)’족으로 북적인다. 점심시간으로 주어진 1시간만이라도 높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만끽하려는 것이다.
직장인의 마음은 외식업계가 먼저 알아챘다. 실속 있는 테이크아웃 메뉴가 메뉴판을 채우고 있다. 오피크족들은 요일별로 메뉴를 나눈다. 월요일은 활력 충전을 위해 매콤한 멕시칸 푸드, 화요일은 국산 야채와 고추장으로 맛을 낸 비빔밥, 목요일엔 푸짐한 중식을 테이크아웃하고 금요일엔 브런치 메뉴로 여유롭게 만추의 점심을 즐긴다.
이태원에 문을 열고 한국 상륙에 성공한 미국발 멕시칸 푸드 타코벨의 양영석 이사는 “도심마다 공원을 비롯한 다양한 녹지공간이 곳곳에 조성돼 있어 매장을 찾는 직장인 고객들의 테이크아웃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비비고는 비빔밥 테이크아웃으로 인기를 얻으며 최근 테이크아웃 판매량이 1만 개를 돌파했다. 홍대와 목동에 있는 차이니즈키친팬더는 멋스러운 포장 용기에 자장면, 짬뽕, 깐풍기, 탕수육 등을 담아준다.
◆삭막함 달래주는 활력소 역할
가을을 즐기려는 낭만은 기본이고, 숨은 속셈도 여럿이다. 야외 런치타임은 인터넷에 이은 스마트폰 광풍으로 인해 갈수록 소통이 단절돼 가는 사회생활의 삭막함을 허물어준다. 막힌 공간에 있는 것보다 탁 트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면 심리적인 안정감을 기반으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사먹는 것보다 값이 싸고, 어깨를 부닥쳐 가며 빨리 먹어야 하는 이중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녹지를 찾아가느라 걷고, 먹고 돌아오느라 걷게 된다. 자연히 몸이 순환하고 건강이 좋아진다.
바로병원 소화기·당뇨 심혈관 질환 전문 이기성 원장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가을증후군과 같은 계절성 우울증을 겪기 쉬운데, 탁 트인 야외에서 식사하면 심리적으로 더 좋다”며 “이는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생성돼 우울증 극복에 도움을 주는 세르토닌 분비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