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발레 거장 마리우스 프티파와 발레음악 거장 차이코프스키가 만난 대작 발레 ‘백조의 호수’가 겨울 관객을 만난다.
최근 몇 년간 ‘신데렐라’ ‘차이코프스키-삶과 죽음의 미스터리’ ‘롤랑프티의 밤’ 등 현대 레퍼토리를 통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 국립발레단이 연말공연으로 준비한 클래식 명작이다.
‘백조의 호수’는 유려한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의 매력 탓에 수많은 안무가들에 의해 다양한 해석으로 만들어졌고, 발레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장르에서 차용돼 왔다. 나탈리 포트만이 발레리나로 나와 백조와 흑조를 오가며 심리변화를 훌륭히 그려낸 영화 ‘블랙스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에 맞춰 추던 감동적인 드림 발레 신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공연은 가장 극적인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을 팬들에게 선사한다.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존재로 묘사해 동화로만 알려진 ‘백조의 호수’를 심리묘사에 충실한 낭만소설의 경지로 올려 놓았다.
궁중 무도회에서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춤들도 장관이지만 신비로운 호수에서 스물 네 마리의 백조들이 차이코프스키의 극적인 음악에 맞춰서 추는 환상적인 장면은 발레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힌다.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1막과 2막에 추가된 ‘악마와 왕자의 남성 2인무’와 ‘광대의 36회전’, 궁정의 왈츠군무, 2막 각 나라 공주의 춤에 새로 삽입된 ‘러시안춤’과 기존 버전보다 솔리스트들의 기량이 더욱 보강된 민속춤의 묘미가 주역의 춤이나 백조 군무 못지않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연에는 국내외 발레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다. 오데트·오딜 역에는 김지영, 김주원, 고혜주, 김리희와 함께 영국 로열발레단의 퍼스트 솔로이스트 최유희가 초청돼 국내 데뷔 무대를 갖고, 지그프리트 왕자 역에는 ‘라이몬다’에서 김지영과 멋진 호흡을 보여준 볼쇼이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알렉산더 볼치코프가 정영재, 김형웅, 이동훈 등과 함께 올라 매력 대결을 펼친다.
2009년 국립발레단에 합류해 ‘보는 발레’의 즐거움에 ‘듣는 발레’의 매력을 추가해 온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구자범이 멋진 연주로 또 한번 감성의 피치를 올린다.
다음달 7∼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문의:02)587-6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