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24일)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에 다녀왔습니다. 봉은사행은 초행길이었으며(참고로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니다), 돌연 봉은사를 찾은 것은 한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봉은사는 직영사찰 지정 문제를 놓고 조계종 총무원 측과 몇 달째 갈등을 빚어왔는데, 이날 법회에서 최종결론이 공개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어쩌면 명진 스님의 법문이 이날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저에게 법회 참석을 권유했습니다.
오전 10시경에 봉은사에 도착했습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 이미 많은 신도들로 북적였습니다. 11시가 되자 명진 스님이 법왕루에 도착하였는데, 스님은 법문에 앞서 동영상을 하나 먼저 관람하자고 제의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동쪽으로 내걸린 스크린에 모아졌습니다.
동영상은 처음 시작부터 충격적이었습니다. 모 기독교단체 소속의 청년 신자들이 심야에 봉은사 대웅전 등에 난입해 ‘법당이 무너지라’고 기도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한 여성신자는 “주님을 믿어야할 자리에 크고 웅장한 절이 들어와 있다는 게 마음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몇 년 전 부산지역에서 열린 한 기독교모임의 행사 동영상도 상영됐는데, 사회자는 수차례에 걸쳐 ‘사찰이 무너지게 해달라’고 외쳤습니다.
이날 법회에 참석한 봉은사 신도들은 심한 충격은 물론 다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동영상에 이어 대구 동화사와 미얀마에서 그와 비슷한 불교 비방 동영상이 잇따라 공개되었고,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져갔습니다. 급기야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에 등장하는 기독교인들이 명진 스님을 찾아가 사과하였습니다. 또 기독교 안팎에서는 비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불교를 비롯해 기독교, 천주교, 천도교, 심지어 무교(무속) 등 한국인이 믿는 종교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간 종교간 갈등도 없진 않았지만 그런대로 화합하며 지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에 신부님과 스님이 서로 축하메시지를 전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기독교 측의 타종교 비방은 끊이질 않고 있어 유감스럽습니다.
이날 봉은사 법회에 참석했던 한 신도가 던진 말이 귀에 쟁쟁합니다. “만약 불교신자들이 교회에 가서 목탁을 치고 염불을 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