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하(29)가 SG워너비를 떠난 지도 벌써 2년 반이 지났다. 4년간 팀을 이끌어온 리더로서 그늘을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미니앨범 ‘D day’에서 그는 과거를 추억하면서도 그들과는 확연히 다른 음악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나만의 색깔’ 찾는 과정
SG워너비를 탈퇴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1월 솔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목디스크로 방송 한번 제대로 출연하지 못하고 활동을 접어야 했다. “팀을 떠나고 든든한 기획사가 없으니 가수 생명도 끝이다”는 비아냥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개인적으로는 제 앨범에 아쉬움이 없었어요.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지만 1만 장 가까이 팔렸고요. 주위에서 수군댈수록 제대로 치료를 받고 다음 앨범으로 멋지게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죠.”
영어 이름표기인 Dong Ha의 이니셜을 따서 ‘D day’라고 앨범 이름을 지었듯이 전체 프로듀싱, 타이틀곡 작사·작곡,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혼자 해냈다. SG워너비 시절은 물론 지난 솔로 앨범까지 같이 활동한 작곡한 조영수와도 당분간 거리를 뒀다.
“이번에는 SG워너비와 같이 활동까지 하게 돼 채동하만의 확실한 차별화를 두고 싶었어요. 마음껏 비교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예전에 녹음실은 그냥 노래만 하고 나오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첫 녹음부터 마지막 곡 마스터링까지 하는 제 삶의 터전이 됐죠.”
두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하루가 미치고’는 전형적인 틀을 깨는 진행방식으로 하이라이트를 예상할 수 없는 이른바 ‘롤러코스터 발라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타이틀곡인 ‘바닐라 스카이’ 역시 록과 오케스트라가 조화를 이룬 크로스오버 발라드로 과감한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올해 5월에 네팔 여행을 하면서 쓴 곡이에요. 야외에서 화장을 하는 장례식 현장을 지나가게 됐는데, 한 할아버지가 죽은 아내를 위해 처연하게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봤어요. 시체가 타고 하늘을 덮은 연기가 바닐라 색이었죠. 달달하고 맛있는 느낌의 바닐라가 슬프게 다가왔어요.”
특히 이 곡은 SG워너비를 탈퇴할 당시의 감상을 노랫말에 담아 진솔함이 느껴진다.
“SG워너비를 떠날 때 기분도 그랬던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슬픔, 덤덤하게 혼자만의 길을 가야 하는 쓸쓸함. 참 많은 감정이 교차했어요. 이제 그 시절의 추억이 아름답게만 생각되는 건 제가 갈 길에 자신감이 커졌기 때문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