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이스트’ ‘프라이스탁’ ‘베트라죠’…….
요즘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패션·가구 디자인업체들이다.
카메론 디아즈, 패리스 힐튼 같은 할리우드 특급스타도 이들 브랜드에 매료됐다. 그렇다고 엄두도 못 낼 초고가 명품 브랜드는 아니다. 이들 브랜드는 재활용을 뜻하는 ‘Recycle’과 ‘Design’의 합성어인 ‘리자인(Resign)’으로 통한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까지 더한 개념이다.
1. 폐기물에 스타일 입힌다
미국 에코이스트의 핸드백 디자인은 낯익은 듯 낯설다. 사탕포장지, 음료수 라벨 같은 포장용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디즈니 등의 기업으로부터 필요 없거나 잘못 프린트된 폐기물을 공급받아 핸드백, 지갑, 팔찌 등 패션상품을 수작업으로 만든다. 덕분에 최근 4년간 1500만 개 이상의 사탕포장지와 음식 패키지가 매립지로 직행해 소각돼 온실가스가 발생할 위기를 막았다.
스위스의 프라이탁은 폐기될 트럭천막을 명품 핸드백으로 만들고 있다. 어깨끈은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의 고무부분은 폐자전거 튜브로 마감한다. 1년에 방수천 200t, 자전거 튜브 7만5000개, 안전벨트 2만5000개가 쓰인다. 지난해 전 세계 350개 매장에서 20만 개가 팔렸다.
미국 베트라죠의 싱크대 상판은 맥주병과 와인병 같은 재료로 만든다는 점이 독특하다. 유리를 녹이지 않고 깨뜨려 재활용해 에너지 절감은 물론 탄소배출까지 줄인다.
2. ‘친환경 기술 디자인’ 재탄생
올해 열린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미국·브라질·네덜란드 등 9개 국 대표팀 선수들이 대만방직산업연맹이 만든 유니폼을 입었다. 유니폼은 기존 옷감보다 13% 가볍고 신축성도 10% 뛰어나다. 유니폼은 페트병으로 만들었다. 4개의 방직기업이 10여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이다.
일본 코한 사가 만드는 브랜드 ‘HEVEA’ 가방은 소재가 가죽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고무다. 매년 일본에서만 1억 개가 넘게 폐기되는 타이어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착안해 폐타이어를 고무로 탄생시키는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
3. 공익으로 시작 시장에서 성공
영국 킹스턴 시는 전통도로를 보수하기 위해 폐유리병을 활용한 벽돌 제작을 결정하고 ‘그린보틀유닛(GBU)’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폐유리는 각 지자체로부터 공급받고 디자인과 제품개발에는 지역주민이 참여했다. GBU 제품은 이제 독일·프랑스·일본에까지 팔리고 있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멕시코의 ‘Mitz 사업단’은 멕시코시티 변두리 빈민가에서 4명의 노동자가 시작한 모델이다. 펩시코와 M&M 초콜릿 등 다국적기업에서 폐기물을 공급받아 현재는 140명의 지역주민이 수공예품을 만든다. 연간 1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익은 지역주민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 리자인의 성공은 친환경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은 덕분이다. 폐기물 재활용이 일반화돼 원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로 시장이 형성됐다. 게다가 리자인 기업의 밑바탕에는 자연환경에 관한 깊은 배려가 깔려 있다. 코트라 통상조사팀 유성준 과장은 “친환경만으로 어필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녹색시장은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단계를 벗어나 부가가치를 더한 프리미엄 녹색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