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홍대 앞에서 작은 공연이 하나 열렸다.
‘인디 밴드 공연과 이야기로 날밤 까는 CAFE’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공연은 홍대 앞의 한 카페가 기획한 공연으로 선착순 30명을 모집해 인디 밴드와 밤을 새우는 공연이었다.
공연 포스터에는 ‘인디 밴드’라는 단어(루즈미스티와 게으른 오후가 출연했다)가 명확하게 적혀 있는 한편 관객에 대해서는 ‘한 주의 멋진 마무리를 원하는 직장인/음악이 좋지만 클럽이나 콘서트는 부담스러운 대학생/술과 클럽 말고 색다른 밤문화를 원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건 꽤 재미있는 대목인데, ‘인디’란 용어가 태도보다는 장르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홍대 앞=라이브/댄스 클럽’이란 공식을 부분적으로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적인 건 ‘클럽이나 콘서트는 부담스러운’ 관객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대 앞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는 ‘세련되고 핫한 문화 공간’이고 그걸 100% 즐기는 건 트렌드세터들이라는 판타지인데 거기서 소외된, 요컨대 ‘시끄럽고 북적대는 분위기는 싫지만 홍대 앞 특유의 문화적 트렌드를 향유하고픈 집단’이 존재한다는 걸 짐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홍대 앞의 성장에 대한 논의가 생산자(음악가가 늘었고, 인디 레이블이 자리 잡았고, 공연이 활성화되었다 등등)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옮겨가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늘어난 카페 공연으로 인한 경쟁이 이런 컨셉트의 공연을 만들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다. 홍대 앞을 오로지 ‘밴드’와 ‘공연장’이란 관점으로 보는 시선을 재고할 필요가 있으리라는 얘기다.
돌아보면 홍대 앞 인디 신은 15년 정도의 시간 동안 그 명맥을 유지하며 변화무쌍하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 벌어지는 변화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깊다. 어쨌든 홍대 앞에서는 ‘클럽’과 ‘맛집’ 이상의 어떤 것들이 존재하고 뭔가가 마구 벌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나는 사람들이 그걸 제대로 즐기고, 또 이론가들이 그걸 더 면밀하게 보면 좋겠다. 즐기는 쪽이든, 말하는 쪽이든 그것이야말로 대중문화란 영역이 우리를 자극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