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푸짐한 몸매의 한 중국 여성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오마하 같은 미국 시골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아시아계 할머니였지만, 수많은 주주 중 한 사람으로만 보였던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이 나타나자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버핏은 자신을 반기는 인파를 본체만체 헤치고는 한달음에 달려가 여인을 껴안았다. 그리고 상석으로 그녀를 안내한 뒤 극진히 대접했다.
버핏에게 VIP대접을 받은 인물은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에 있는 신사복 업체 ‘다롄다양촹스(大連大楊創世)’의 리구이롄(李
桂蓮) 회장. 그는 ‘트랜즈(Tran
ds)’라는 남성수트로 세계 명품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버핏 회장은 턱시도를 포함해 트랜즈 수트를 열벌 가량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롄다양촹스가 창립 30주년을 맞던 지난해 8월엔 “트랜즈 수트를 제외한 나머지 양복들은 모두 갖다 버렸다”며 장난기 섞인 영상메시지를 직접 보낼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다.
적어도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버핏은 다롄다양촹스 주식을 한 주도 산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그는 “트랜즈를 입은 뒤부터 늘 멋있게 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며 ‘싸구려 중국제’의 이미지와 싸워 이룩해낸 트랜즈의 결실에 박수를 보냈을 뿐이다.
버핏은 세계 최고 갑부이자 ‘절친’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게도 이 옷을 권했는데, 게이츠 역시 트랜즈를 한 번 입어본 뒤 “옷가게를 내서 트랜즈 양복을 팔고 싶다”고 했을 정도로 흠뻑 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진짜 돈 많고 권력을 가진 사람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Bri oni)나 키톤(Kiton) 대신 트랜즈를 입기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