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에서 착한 사람은 해피 엔딩을 맞지만 현실에서 착한 기업은 어떤 포지션을 유지할까. 영리를 얻는 게 기업의 존재 이유인 만큼 적당히 사악해야 전쟁터 같은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법 하다.
하지만 켈로그를 보면 선한 기업이 성공한다는 뜻밖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894년 약사이자 의사인 존 켈로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소의 결핵 환자에게 무엇을 먹이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던 중 곡물과 견과류를 중심으로 식사할 경우 효과가 있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얻었다.
존은 그의 형 윌리엄과 함께 끓인 보리 반죽을 롤러에 밀어 얇은 보리 시트로 만드는 연구에까지 이르렀다. 연구 도중 잠시 사적인 일로 일을 멈추고 하루 이상 익힌 보리 반죽을 방치했는데 뒷날 롤러에 그것을 밀어 보니 낱알의 보리 푸레이크가 조각 나서 밀려나오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이 시리얼의 시초가 됐다.
이 푸레이크는 초기에 환자의 영양 아침식사로 이용됐는데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퇴원 후에도 푸레이크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급기야 일반인 사이에서도 애용되자 형제는 1906년 미시건 주 배틀 크릭에 최초의 곡물 식품회사 켈로그를 세웠다. 아픈 사람을 고치려는 마음에서 탄생한 치료용 음식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아침 식사 메뉴로 도약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켈로그 시리얼은 때마침 불어온 산업화 바람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싼 가격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시리얼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켈로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핵 환자를 고치려는 마음처럼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포부를 던졌다. 그래서 등장한 제품이 ‘스페셜 K’다. 미국 등지에서는 오래전 출시됐으나 국내에서는 2008년 12월에 들어왔다. ‘식사=밥’이라는 인식이 강한 한국에서 편견을 이기고 자리매김을 한 켈로그가 ‘몸매관리’ 시리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