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습을 토끼 모양으로 그린 지도가 일제시대에 있었다. 이 지도는 일본의 지리학자 고토 분지로가 두 다리로 일어선 토끼가 중국 대륙을 향해 뛰어가려는 형상으로 우리나라를 묘사하여 만들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사대정신으로 받드는 기질이 있다고 은근히 비웃는 뜻에서 이와 같은 지도를 제작했다.
고토는 백두대간의 전통적인 산맥 체계를 부정하고 지질 형태에 따라 태백산맥, 소맥산맥 등으로 분류한 산맥체계를 만들었다. 이러한 식민지적 산맥체계는 아직도 교과서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다. 하루 빨리 청북정맥과 청남정맥, 낙남정맥과 낙동정맥 등 전통적인 산맥체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일제가 토끼 모양의 지도를 제작해 우리 민족을 비하하자 최남선은 이에 맞서 ‘호랑이 지도’를 만들었다. 그는 우리 민족이 동물 먹이사슬의 하층에 있는 토끼가 아니라 제일 꼭대기에 위치한 ‘백수의 왕’ 호랑이라고 역설했다.
최남선은 ‘호랑이 한반도’ 지도를 설명하기를 “맹호가 발을 들고 허공을 가르며 동아 대륙을 향하야 나르는 듯 뛰는 듯 생기 있게 할퀴며 달려드는 모양”이라고 하였다.
황성신문은 “20세기 신천지에 우리 대한 지도의 전체가 돌연히 신 광채를 발현하니 장하고 웅대하다, 동양반도에 대한지도(大韓地圖)여, 천지간 동물 중에 가장 사납고 날쌔며 강하고 용맹한 호랑이의 형체로다, 국민의 지기(志氣)를 배양하고 국가의 지위를 존중케 하는 자료가 될 지로다”라고 격찬했다. 이것은 일제의 억압 하에 있는 우리 민족에게 호랑이와 같은 강인한 정신을 갖고 일본에 대항하도록 계몽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게 깔려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를 동물이 아니라 인체로 비유했다. 백두산이 머리가 되고 백두대간은 척추가 되며 제주도와 대마도는 두 발로 표현했다. ‘이 땅이 사람이요, 사람이 이 땅’이라는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지인합일사상으로, 이 땅은 우리 민족이 자연과 함께 살아온 금수강산이었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