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2%대를 돌파했다. 2004년 3월 말(2.5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와 기업구조조정 추진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32%로 6월 말(1.94%)보다 0.38%포인트나 상승하면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실채권비율은 2008년 6월 말 0.70%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9월 말 0.82%로 상승한 뒤 올해 초까지는 꾸준하게 1%대를 유지해왔다.
기업과 가계 등 거의 모든 부문의 부실채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율은 3.19%로 6월 말(2.66%)에 비해 0.53%포인트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PF 대출이 집중돼 있는 중소기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3.80%로 6월 말(3.05%)에 비해 0.75%포인트나 늘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0.60%로 전분기말(0.50%) 대비 0.1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부실채권 비율은 0.51%로 전분기 말(0.37%) 대비 0.14%포인트가 상승했다.
3분기 신규부실 발생 규모는 9조7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8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계(1조2000억원)와 신용카드(2000억원) 순이었다.
금감원은 은행권 부실채권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경기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 추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6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건설사 다수가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들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는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사업성이 빠르게 악화했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비율이 급증했지만 현재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고려할 때 은행 자체적으로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금감원의 시각이다. PF 대출규모가 은행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불과하고, 은행도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다는 것. 그러나 금감원은 금리상승 등 외부요인에 따라 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감축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