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처럼 길고 가느다란 다리, 연인 김민희만큼 작고 흰 얼굴, 말 못한 감정이 수북이 쌓인 듯한 눈빛의 그가 “갈비탕에 콩자반을 먹고 왔다”고 했다. 첫 영화 ‘이파네마 소년’(4일 개봉)을 통해 연기자로 데뷔하는 이수혁(22)이 몽환적인 모델에서 사람 냄새 나는 배우로 성큼 다가왔다.
소년·소녀 풋풋한 사랑 담아
첫 영화에서 덜컥 주연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을 수 있는 대작 혹은 트렌디 물 대신 저예산 영화를 택했다. ‘이파네마’라는 신비스런 이름, ‘유령 해파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비현실적인 소년의 밑그림에 그의 이미지는 척 들어맞았다.
“시나리오가 전체적으로 저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흐름이나 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그림이 그려졌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수영을 해서 극중 수영신이나 서핑신도 자신 있었고요. 그래서 좀 만만하게 봤다가 제대로 혼났죠. 문제는 바닷물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는 거였어요.”
영화는 첫사랑의 아픔이 있는 소년과 소녀가 여름 해변에서 두 번째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을 그린다. 오래전 부터 배우를 꿈꾸던 그의 첫 영화인 만큼 의욕이 충만했다. 옷이라면 원없이 입어본 톱 모델답게 극중 소년에게 입히고픈 옷도 많았단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릴러, 누아르 장르의 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 한국에서 제 나이의 신인 배우가 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뛰어 넘은 느낌이었어요. 인간 이수혁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그려도 될 것 같았죠. 풋풋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달라는 감독님 주문 때문에 특이한 옷은 좀 참았어요.”
모델 출신…꿈은 배우
낮고 깊은 목소리로 “모델 출신이지만 꿈은 언제나 배우였다”고 했다. 배우로 먼저 데뷔한 여자친구 김민희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진 셈이다.
“연기자라는 공통 분모가 생겼지만 배우로서 같은 고민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죠. 나이대도 다르고 연기자로는 한참 선배니까요. 여자친구 덕에 제게 쏠리는 관심도 커졌지만 ‘우리’의 얘기를 제 입으로 할 때는 늘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송지나 작가의 사전 제작 드라마 ‘왓츠업’을 통해 연기 활동을 이어간다. 뮤지컬학과 학생들의 도전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에서 천재작곡가 이수빈 역을 맡았다.
“작품 특성상 노래와 춤 실력이 필수인데 다행히 전 천재 작곡가 역이라 고생을 덜게 됐죠. 스케줄 없을 땐 뮤직 비디오 보는 게 일과인 저로서는 음악 관련 드라마라 더 애착이 가요.”
모델 출신에 ‘일상이 화보’인 여자친구를 뒀다. 연예계 친한 친구 역시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빅뱅 지드래곤. 최근 출연한 2NE1의 새 뮤직비디오에서도 한 감각 뽐냈다. 이쯤 하면 모델과 옷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배우생활 하는 데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모델 하면서 쌓은 가녀리고 중성적인 이미지도 소중히 여겨요. 의외로 옷은 많이 없는데 ‘물건’을 보는 눈은 있는 것 같아요. 실은 ‘이파네마 소년’에서 제가 입고 나오는 수영복도 아울렛에서 단돈 1만원 주고 직접 구입한 아이템이거든요. 하하.”
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