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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관객과 부당거래? 재미있으니 대박!

흥행 감독 노크 류승완



요즘 류승완(37) 감독은 ‘칭찬의 바다’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영화 ‘부당거래’에 쏟아지고 있는 대중과 언론, 평단의 극찬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봉된 이 영화는 상영 첫주 전국에서 71만 관객을 불러모아 때 이른 ‘한파’에 신음하고 있는 극장가를 훈훈하게 데웠다. 류 감독은 이 같은 출발에 “호객 행위가 제대로 먹혀든 것같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눈빛은 ‘거 봐, 내가 해냈잖아’라는 성취감으로 반짝였다.

올랐다 떨어졌다 굴곡 경험

10년 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그는 대뜸 “유명한 감독보다 유능한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까지는 실력이 아닌 이름값으로 살아왔다는 반성의 뜻이다.

배우는 본인의 인기만으로도 먹고 살지만, 감독은 자신의 연출작이 망하면 덩달아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 2년 전 전작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일순간에 시들해졌던 것을 돌이켜보면 더욱 맞는 말이다.

MBC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의 출연으로 얻은 유명세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영화배우 류승범의 친형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했지, 하지만 막상 해 놓은 건 없는데 얼굴은 알려졌고…. 그래서 한 번은 리쌍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할 때 길이의 조언을 받아들여 가명을 지을까도 고민했다니까요. (웃음)”

남이 쓴 시나리오로 첫 연출

영화감독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고민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영화감독은 영화를 잘 만드는 기능인’이란 답을 찾았다.

자신의 스타일을 모두 버리고, 작품이 요구하는 형식에 맞춰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영화 연출이 일종의 기술이라면 기술의 기본기부터 다시 익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감독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남이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출했다. ‘악마를 보았다’의 박훈정 작가가 탄생시킨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는 여러 감독들을 거쳐 그의 손에 들어왔다. 기초 공사가 워낙 잘 이뤄져 있어 캐릭터와 대사 등 인테리어만 조금 손보면 튼튼한 집이 나올 듯싶었다.

“남의 시나리오로 연출할 때 장점은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나저나 앞으로는 계속 남의 시나리오로만 연출할까 봐요. 예전에 제가 썼던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을 때는 다들 만날 혼내기만 하시더니…. (웃음)”

검사 스폰서 파문 사실 부담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서 매번 탈락하는 최철기(황정민)와 스폰서의 도움으로 유유자적하지만 먹잇감을 한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검사 주양(류승범) 등 영화의 주요 캐릭터들은 먹이사슬에 발목을 붙잡힌 정글속 짐승들이다.

촬영 기간 중에는 ‘검사 스폰서’ 파문이 불거지면서 본의 아니게 관심도 받았다. 처음에는 방송사가 공짜로 영화를 홍보해주는 것 같아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엄청난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MBC ‘PD수첩’이 방송되고 다음날 황정민 선배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방송 봤어? 우리 영화 개봉할 수 있겠어?’라고 묻더군요. 다시보기로 뒤늦게 보니까 내용은 물론이고 영화 속 검사와 방송에 나온 실제 검사의 말하는 투가 너무 닮아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어요. 매번 강조하지만 이 작품은 어떤 개인이나 국가기관을 공격하려는 의도에서 만든 게 아니란 거죠. 저를 비롯해 누구나 살면서 부당거래는 하고 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영화 한 길 파는 장인 남고파

정교하게 짜여진 드라마로 진화에 성공했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연민의 끈은 여전히 놓지 않는다. 주양에게 온갖 구박을 당하는 와중에도 딸의 전화에 “아빠 지금 일하는 중이야”라고 다정하게 답하는 공수사관(정만식)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

앞으로는 소처럼 우직하게, 소리내지 않으면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갈 생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다음에는 이러이러한 신작을 찍겠다”며 큰소리도 치고 다녔지만, 얼마 전부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오로지 영화로만 모든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어느새 ‘칭찬의 바다’를 빠져나와 또 다른 횡단을 준비 중인 류 감독이다.

/사진=한제훈(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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