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항공화물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이후 전 세계에 테러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2일 예멘 지역의 한국 송유관까지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사고를 당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독일·이탈리아 총리실도 표적
그리스 경찰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만 무려 11개의 ‘소포 폭탄’이 발견됐다. 독일과 이탈리아 총리실 등을 노린 이들 폭탄으로 인해 유럽 지역이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속이 빈 책 안에 화약이 들어 있는 형태로 제작된 이들 폭탄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외에 아테네 소재 스위스와 러시아, 불가리아, 독일, 멕시코, 칠레, 네덜란드, 벨기에 대사관 등 공관 8곳을 수신처로 하고 있다. 이들 중 스위스·러시아 대사관에서는 폭발물이 터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실로 배송된 폭발물은 지난달 31일 그리스에서 발송된 것으로 아테네 소포 폭탄과 유사한 형태라고 토마스 드 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밝혔다. 이스트런던 대학의 앤드루 실커 테러 연구소장은 “이런 종류의 폭탄은 만들기도 쉬워 앞으로 몇 달 동안 유사한 공격이 크게 늘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영국 정부는 필리핀에서 테러 공격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국민에게 필리핀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또 독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 등은 테러위협에 대응해 예멘에서 발송된 항공 우편 및 소포, 항공 화물의 자국 내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정부 비상근무체제 돌입
우리 나라도 의문의 송유관 폭발사고를 당하면서 테러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정부는 ‘알카에다 개입설’이 제기되는 송유관 폭발의 원인을 놓고 일단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3일 이와 관련, “알카에다가 자기들 소행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며 “일부에서는 지방에 있는 사람(부족)들이 그런 것을 일으켰다고도 하니 좀 더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장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됐기 때문에 폭발물에 의한 파손으로 추정은 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주예멘 대사관 관계자들로 임시 대책반을 구성, 피해 규모 및 정확한 사건 경위 파악에 나섰다. 또 외교부는 38곳의 테러 취약 해외 공관에 주의령을 내리고 기업 및 국민 안전대책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정부는 한편 G20 관련 테러 경계태세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경찰, 세관 등 주요 기관은 이미 G20 테러 경계 강화를 위해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테러지원국가 국민에 대한 입국심사도 대폭 강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