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다. 남반구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의 위성은하 중 하나다. 큰 마젤란은하와 작은 마젤란은하가 있는데 마젤란이 항해 중 밤하늘에 늘 구름처럼 떠 있는 것을 보고 ‘마젤란성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나중에 이 천체가 은하임이 밝혀졌는데 아직도 관용적으로 마젤란성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 마젤란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왔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마젤란은하의 상대속도를 측정해보니 우리은하의 탈출속도와 거의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언제든 우리은하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은하의 운동방향도 알려졌는데 우리은하의 원반에서 수직 방향으로 운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만약 우리은하와 마젤란은하가 같은 곳에서 비슷한 시기에 형성됐다면 마젤란은하의 운동 방향도 우리은하 면의 운동방향과 비슷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더군다나 마젤란은하의 가스 성분을 분석해 보니 우리은하의 다른 위성은하들과 좀 다른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천문학자들이 이런 모든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분석을 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마젤란은하가 안드로메다은하가 형성될 무렵 생겨났다가 떨어져 나와서 지난 40억∼80억 년 동안 우주공간을 여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후 우리은하에 붙잡혀서 위성은하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와 중력적으로 묶여 있고 물질도 교류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결론은 좀 더 정밀한 관측을 통해서 재확인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마젤란은하는 안드로메다은하의 자식이라는 얘기가 된다. 오랜 여행을 통해서 우리은하에게로 왔고 자식이 됐다. 그런데 마젤란은하의 운동속도가 우리은하의 탈출속도와 비슷하다는 것이 말해주듯 이젠 성인이 되어 우리은하를 떠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보다 진한 피를 찾아 다시 여행을 시작해서 안드로메다은하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