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외계 행성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평화로운 원주민들, 그들의 행성을 노리고 침략한 지구인들. 그리고 우연히 사귄 외계인 여자 때문에 자신의 임무에 대해 회의하는 지구인 남자.
이 모든 것들은 ‘아바타’의 소재이기도 하지만 3D 애니메이션 영화 ‘테라:인류 최후의 전쟁’의 소재이기도 하다. 아류작이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순서가 반대다. 먼저 제작된 건 ‘테라:인류 최후의 전쟁’인데, 어쩌다 보니 ‘아바타’가 먼저 개봉된 것뿐이다.
이 영화에서 지구인들의 사정은 더욱 절박하다. 지구와 화성, 금성에서 일어난 행성 간 전쟁 때문에 대부분이 멸종했고, 살아남은 소수가 항성 간 우주선을 타고 테라가 속해있는 태양계로 날아왔다.
그들의 목표는 테라를 지구인들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개조하는 것. 하지만 행성의 대기가 바뀌면 테라의 원주민들을 포함한 모든 토착 생물들은 멸종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테라인 소녀 말라는 지구인 비행사 스탠튼을 구해주게 되고, 둘은 지구인들이 납치한 말라의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지구의 우주선으로 날아간다.
규모는 작다. 그림체는 투박하고 시나리오를 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주인공들은 스토리 안에서 다소 몽롱한 상태로 방황하며, 갈등은 싱거울 정도로 쉽게 해결된다.
이 모든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테라’는 자기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테라의 세계는 판도라의 세계와 전혀 다른 곳이며 관객들에게 전혀 다른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아무리 하나의 답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이라고 해도 언제나 또 다른 답과 기회의 가능성은 숨어 있다. ‘테라’의 주인공들은 엄청난 희생을 뚫고 간신히 그 공존의 기회를 잡았다. 과연 우리도 그들처럼 운이 좋을 수 있을까. 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