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24)이 가슴에 동여매던 압박붕대와 머리 위로 질끈 틀어올린 상투를 풀어헤쳤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중심에 서서 중성적인 매력으로 남녀 시청자를 모두 끌어들였던 그가 5개월간의 보람있는 고생을 훌훌 털어냈다.
처음부터 ‘내 캐릭터’ 확신
초반에는 공을 들이느라, 방송 후에는 일정에 쫓겨 5개월 동안 밤샘 촬영을 멈춘 적이 없었다며 이제야 조금씩 피곤이 몰려온다고 했다.
“미스터리예요. 어디서 그런 초인적인 힘이 나왔는지요. 다섯 달 동안 딱 3일밖에 못 쉬었거든요.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이 분명 여러 번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책임감이 컸던 것 같아요.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전체적인 흐름이 모두 깨진다’는 절박함이 저를 붙들어줬나 봐요.”
박민영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은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여자와 여장남자를 자유자재로 오가면서도 안정감 있는 연기와 다양한 매력으로 눈길을 붙들었다.
“15대1이나 되는 높은 경쟁률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캐스팅됐지만 캐릭터에 대한 강한 끌림과 확신이 있었어요. 윤희와 제가 많이 비슷해 공감이 갔어요.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눈물이 날 정도로 몰입이 빨랐어요. ‘이건 내 캐릭터’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작품이었죠.”
믹키유천과 완벽 호흡
믹키유천의 연기 데뷔작으로 먼저 화제가 됐지만 원작 소설에서도 그렇고, 박민영이 연기한 김윤식으로 위장한 김윤희가 주인공이다. 총 20회 중 15회 엔딩을 맡았다. 모든 사건이 그로부터 시작되고, 인물들 간의 갈등도 그를 중심으로 해결됐다.
“책임감은 있었지만 비중에 대해서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어요. 유천이 덕에 초반 홍보가 잘 됐고, 무엇보다 남자 주인공들이 잘해줬잖아요. 젊은이들이 뭉쳤다는 자신감과 우리가 만들어 내는 앙상블이 중반부터 제대로 살아나는 걸 느끼면서 연기도 자연스럽고 더 편하게 됐죠.”
여자만이 느끼는 외로움이 있었지만 많은 여성들의 질투 어린 시선처럼 남성들 사이에서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선준(믹키유천), 구용하(송중기), 문재신(유아인) 중 이상형이 누구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데, 저는 김갑수 선생님이라고 대답해요. 호호. 늘 젊고 깨어 있는 분이고, 카리스마 있는 가운데 귀여움이 엿보이죠. 물론 세 남자와의 인연은 잊을 수 없어요. 그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했죠.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지켜보며 그들의 팬이 될 것 같아요.”
믹키유천과의 스캔들도 완벽한 호흡이 빚어낸 해프닝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5개월 동안 매일 만나는 사이인 데다, 섬세하게 작은 것 하나까지 리액션을 놓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몰입했어요. 나 혼자만 잘나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서로 그랬고요. 그래서 둘의 감정신에서는 NG가 거의 안 날 정도였으니까요.”
영화·드라마 차기작 예약
5개월을 달려왔지만 며칠의 휴식 뒤 곧바로 차기작 촬영에 들어간다. 애완견 미용숍에서 일하는 20대 여자가 의문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인다는 영화 ‘고양이’의 주연으로 발탁됐다. 이어서 드라마 출연까지 예약해 뒀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나고 그 인기가 모두 제 거인 줄 알았어요. 고생 없이 미팅만 하면 모두 통과되고, 여기가 내 자리인 줄 알았죠. ‘나는 예쁜가 보다’ ‘나는 인기가 많은가 보다’고 착각했어요. 그래서 자만했고, 쉬면 안 될 시기에 들어오는 작품 마다하고 쉬었죠. ‘성균관 스캔들’의 인기도 내 것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결국 연기로 다시 보여주려고 해요. 열심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더라고요.”/사진=김도훈(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