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그보다 더 사연 많은 사랑을 한 남자가 또 있을까. 7일 긴 여정을 끝낸 SBS 주말극 ‘인생은 아름다워’의 송창의(31)가 두 눈에 진한 아쉬움을 담아냈다. 극 중 동성애자 양태섭 역을 맡아 봄, 여름, 가을 시청자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던 그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배우 송창의’의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기 때문에.
실제로는 고지식한 ‘마초남’
드라마는 태섭과 경수(이상우)의 굳건한 사랑을 그리며 막을 내렸다. 그도 시청자도 “그 후로 태섭이와 경수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정도의 뒷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더 표현하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것 같아요. 동성애라는 소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만큼 시작부터 각오는 했었죠. 김수현 선생님께선 늘 고맙고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적어도 대중과 소통을 하고자 한 부분에서는 분명한 답이 나온 것 같아 뿌듯해요.”
장가도 안 간 아들이 주말 안방극장에서 동성애자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땐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 아들이 서는 무대라면 무조건 사랑한다”던 부모님은 “네가 배우니까 하고자 하는 연기를 하라”는 말로 에둘러 지지를 보냈다.
“제가 마초적이고 고지식한 데가 있어서 과연 이 역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부모님은 후에 따라올 파장을 걱정하신 것 같아요. 하지만 부모님의 변화를 보면서 드라마가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느꼈죠. 태섭이랑 경수의 데이트 장면을 보시곤 ‘뭐 더 없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하하.”
과묵한 상우보고 숨이 ‘턱턱’
흔하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던 만큼, 허전한 마음에 뿌듯함이 꽤 들어찼다고 했다.
하지만 드라마 방영 내내 그를 짓누르던 부담감은 종영과 동시에 잊힐 만한 강도의 것이 아니었다. 태섭이가 커밍아웃을 한 장면을 회상하면서는 “장이 뒤틀릴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그날 촬영장은 눈물바다였어요. 극 중 아버지인 김영철 선생님은 ‘대본만 보고 이렇게 울기는 살다가 처음’이라고 하셨을 정도였죠. 시청자가 절 태섭이로 보지 않으면 실패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 순간 진실해 보이려고 애 썼어요.”
극 중 여느 연인처럼 알콩달콩했던 이상우와도 에피소드가 많다. 과묵한 편인 그조차 주먹으로 가슴을 내리칠 만큼 말수 없는 파트너 덕에 극 초반 애를 태우기도 했단다.
“상우가 친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스타일이에요. 얼마나 말이 없던지 ‘불필요한 말이라도 좋으니 한 번 뱉자’고 했죠. 우리 둘이 불편하면 안 될 것 같아 빨리 마음을 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정말로 사랑할 수는 없지만 절대 장난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하자고 했죠.”
뮤지컬·영화서도 힘든 사랑
힘든 사랑은 뮤지컬 무대로 이어진다. 드라마 촬영 막바지에 개막한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30일까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주인공 베르테르 역을 맡았다. 아름다운 여인 롯데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1막 속 모습보다 사랑의 고통에 울부짖는 2막이 좀 더 송창의답다.
“어쩌다가 힘든 사랑의 상징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도 약간 굴곡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긴 해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관통하는 정서 자체가 우울함이니까, 그만큼 제가 잘하고 있다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하하.”
뮤지컬이 끝나면 다음달 영화 ‘서서 자는 나무’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의 이야기로, 아내를 향한 절절한 사랑도 그린다.
“그러고 보니 일 년 내내 슬픈 사랑이네요. 실제로는 꽤 털털하고, 슬퍼도 눈물은 흘리지 않으려는 스타일인데 말이죠. 작정하면 재밌는 남자이기도 해요.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만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후후.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