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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배추 파동 걱정없죠”

'도시농부' 이한자 씨 옥상에 '친환경 텃밭'…생활녹화 대상



서울 화곡동에 사는 이한자(65)씨에게 얼마 전 배추 파동은 ‘강 건너 불난’ 격이었다.

김장 담그기가 무섭다는 요즘도 별 걱정 안 한다. 그러면서 “조만간 무와 마늘, 새우젓 정도만 사면 김장 준비는 완료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비책은 이씨가 사는 3층 주택 옥상에 숨겨져 있다. 40평 정도 되는 옥상 전체가 이씨가 일구는 텃밭이다. 지금은 배추 60포기가 알차게 자라고 있다. 초겨울이라 배추와 쪽파밖에 없지만 여름에는 숲을 방불케 한다. 고추·가지·부추·방울토마토·오이·생강·단호박에 옥수수, 구기자 나무, 석류나무, 소나무·잣나무, 호두·대추·매실·치자나무까지 발 디딜 틈 없이 자란다.

◆친환경농법 배워 직접 실천

봄에 심은 고추는 수확해 빻고 나니 고춧가루가 한 말이 넘었다. 딸네까지 두 집 김장·고추장을 담그는 데 사용할 계획이다. 케일과 부추, 상추는 초가을에 다시 씨를 뿌려 지금도 따 먹고 있다. 그렇게 제철 채소의 절반 이상을 직접 수확해 먹는다. 웰빙도 이런 웰빙이 없다.

1990년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화분 한두 개로 시작한 게 2000년에 어느새 밭이 되더니 이씨도 이제 도시농부가 다됐다.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본 게 도움이 됐지만 요즘 주목받는 ‘친환경농법’도 배우러 찾아다니면서 더 큰 재미를 붙였다.

원래 음식물쓰레기를 모아 거름으로 쓰고 농약 같은 건 애당초 사용하지 않았다. 빗물과 쌀뜨물도 버리지 않고 모아 밭에 주었다. 그러다 서울숲 도시농부장터에서 얻은 정보가 유용했다. 오줌을 받아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고 화학비료 사용을 없앴다. 채소는 더 무럭무럭 자랐다.

요즘은 담배꽁초도 모은다. 재를 물에 타서 잎에 문지르면 진딧물이 사라지거나 예방효과가 있어서다. 교육받은 데로 음식물쓰레기를 모은 고무통에 EM용액을 넣어 발효하니 냄새와 벌레가 크게 줄었다. 올해 봄에는 그린트러스트에서 상자 텃밭 50개를 분양받아 가꾸고 있다.

이씨의 옥상텃밭은 집안 4대가 누리는 소중한 터전이자 놀이터다. 가깝게 사는 친정 어머니인 신명호(83)씨가 자주 마실 와서 농사를 돕고, 분당 사는 딸 박옥수(40)씨가 손자 안서진(8개월)군을 데리고 와 놀기도 한다. 이들에게 직접 재배한 싱싱한 친환경농산물을 먹일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 더불어 도심 한복판에 이만 한 녹지를 만들어 이산화탄소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미력이나마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자랑할 만하다.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의 현장이다.

◆‘가족 웰빙 내 손으로’ 뿌듯

물론 힘들 때도 있다. 여름엔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고 벌레도 막아야 해 몇 년째 맘 편히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다. 작심하고 벌인 일이 아니라 옥상에 사전 배수공사를 못해 이리저리 신경 쓸 곳이 많다. 겨우내 손 트고 힘에 겨우면 ‘이제 그만해야지’ 했다가도 봄이 되고 씨 뿌릴 때가 되면 다시 마음이 설렌다.

“가족이 먹는 식생활이 되고, 정신 수양에도 좋고, 손자 올라오면 같이 보고 만지며 놀기도 해요. 음식물쓰레기 버리지 않아도 되고… 여든 넘은 노모는 저보다 더 관심이 많으세요. 힘들 때도 있지만 어떻게 내가 손을 놓겠어요.” 도시농부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해 보였다.

이씨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신한금융그룹이 후원한 ‘2010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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