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 김범수(31)가 명품 뮤지션을 향한 의미있는 걸음을 내디뎠다. 2년2개월 만에 내놓은 새 앨범, 7집 ‘솔리스타’는 그가 가고자 하는 행보를 말해 준다.
10년 이상 자신의 스타일을 이어온 그는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을 하면서 변화를 모색하고자 했다. 대중음악계에서 혼자만으로 빛을 내는 뮤지션이라는 뜻의 ‘솔리스타’를 앨범 타이틀로 정하고 이승철, 박진영, 정엽, 윤일상, 황찬희 등 실력 있는 독주자들과 신선한 화학 작용을 일으켰다.
“안 될 거라는 확률이 훨씬 컸죠. 워낙 바쁘고 대단한 분들이니까요. 안 되면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부탁을 드렸는데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돼 놀랐어요.”
이들 ‘솔리스타’들이 흔쾌히 부탁에 응한 건 김범수의 음악을 향한 진정성과 열정 때문이다. 심지어 곡비도 없이 선물의 의미로 기꺼이 참여해 자신의 곡들을 김범수 스타일로 빚어냈다. 특히 호흡을 맞춘 작곡가나 가수의 색깔에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맞춘 것 또한 듣는 재미다.
“이번 앨범은 솔리스타의 특성을 받아들이려고 했죠. 그렇다고 다음 앨범에 제 색깔을 찾는다고도 장담 못해요. 뚜렷한 색깔을 지니기보다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처럼, 주어진 곡에 흡수할 수 있는 가수가 되려고 하죠.”
이번 앨범은 데뷔 후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었다. 10년간이나 교제했던 여자친구와 1년 전 헤어졌다. 당시 만난 곡이 박진영이 만든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지나간다’이다.
“박진영씨도 저랑 비슷한 시기에 아픔을 겪고 있었고, 그 감정을 이 노래로 표현한 것 같더라고요. 남의 얘기 같지 않았죠. 10년간 사랑하다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감정 때문에 헤어지게 됐어요. 테크닉보다 감정에 많이 치중하며 부르려고 했어요.”
“아직은 솔리스타라고 불리기에 부족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그는 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투어에 한창인 그는 다음달 3∼4일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콘서트를 열고, 연말에는 국내에서 조인트 콘서트를 개최한다.
“예전에는 고음이나 애드리브가 뛰어나면 훌륭한 가수인 줄 알았어요. 이제는 어떻게 하면 솔직하고 담백하게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하죠. 진정한 보컬리스트, 솔리스타는 역시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