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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정치일반

인문학적 자산의 가치에 대해

지금 내 손에는 노만 캔터의 ‘The Civilization of the Middle Ages(중세 문명)’이라는 책이 들려 있다.

‘중세’라는 하나의 문명이 어떻게 태어나고 사라지는지, 그 문명의 일생을 파헤친 역저다. 그의 스승은 리처드 서더너라는 세계적인 중세사가이다. 뛰어난 스승 밑에서 자라난 뛰어난 제자라고 할 만 하다.

한 사회에서 탁월한 석학 하나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의 학문적 축적과 훌륭한 선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석학 하나의 출현은 그 사회의 정신 수준을 비약적으로 바꾸어낸다.

벨지움 출신의 앙리 피렌느 역시 세계적 중세사가이다. 그가 쓴 ‘중세도시’ ‘모하마드와 샤를르마뉴’ ‘중세유럽의 사회경제사’ 등은 모두 서구문명사의 흐름을 명쾌하게 잡아낸 명저들이다.

“유럽은 이슬람이 없이 생겨날 수 없었다”는 그의 주장은 처음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나, 7∼8세기에 파죽지세로 확장해나간 이슬람 제국의 도전 앞에서 유럽의 새로운 결속과 응전의 차원이 주목되면서 점차 의미 있게 평가되었다. 프랑스의 페르낭 브로델에 이르면 우리는 그 지적 작업의 거대한 산맥 앞에서 기가 질릴 지경이 된다.

그의 스승은 루시앙 페브르라는 뛰어난 역사학자이다. 브로델의 명저인 ‘지중해와 필립 2세의 시기의 지중해 세계’가 2차 대전 당시 그가 포로로 있던 4년간 구상되어 써졌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놀라게 된다.

서구 문명의 요람으로서 ‘지중해’가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는 결정적이다. 브로델과 같은 학자 하나가 태어나 지중해 문명 전체를 꿰뚫어 보게 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것은 인류전체에 귀중한 자산이 된다.

이러한 학문적 성취는 개인의 능력에만 달려 있지 않다. 그에 앞서 그 사회가 인문학적 노력을 얼마나 깊이, 그리고 오랜 세월 끈기 있게 기울여왔는가가 기반이다.

당장에 돈이 되느냐 아니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그에 따라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는 사회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작업들이다.

대학에서 인문학은 오늘날 궁지에 몰려 있다. 기업의 요구가 압도하는 대학의 현실에서 이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그건 우리 사회 전체의 뇌를 퇴행시켜가는 과정이 된다.

때마침 경희대학이 인문교양을 앞세우는 ‘후마니타스 칼리지’ 설립에 대한 의욕에 찬 시도를 하는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띈다. ‘문명’이라는 화두도 전면에 등장한다. 갈채를 보낸다. 자본이 모든 것을 지휘하려는 세상이다. 그런 와중에 인문학적 자산의 의미를 교육의 중심에 세우는 노력은 어디에서든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구원의 통로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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