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공연계에선 연말은 대목으로 통한다. 한때는 막만 올리면 돈을 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올해 관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제작사들 입장에선 더욱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올 연말 뮤지컬계의 대세는 단연 앙코르 공연들이다. 흥행이 검증된 대형 공연들이 대거 등장해 한판 힘겨루기를 벌일 모양새다. 제대한 조승우가 처음 선택한 ‘지킬 앤 하이드’가 대표적이다.
거액의 출연료로 화제가 되더니 예매를 둘러싸고 한바탕 전쟁이 시작됐다. 벌써부터 프리미엄이 더해진 암표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스타의 몸값에 대한 걱정도 많지만, 시장과 관객의 반응은 이런 우려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금발이 너무해’ ‘아이다’ ‘삼총사’ ‘애니’ 등도 이목을 집중시키는 앙코르 뮤지컬들이다. 이미 공연을 시작한 ‘브로드웨이 42번가’ ‘스팸어랏’ ‘빌리 엘리어트’ 등과 함께 일대 격전을 벌이게 된다. 여기에 창작 뮤지컬인 ‘라디오 스타’와 ‘영웅’ ‘김종욱 찾기’까지 가세하면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어 보인다.
늘어나는 앙코르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무작정 옛 작품을 재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들이다. 사실 무대의 맛은 단순한 앙코르보다 새로운 리바이벌이나 리메이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재미’는 같은 콘텐츠의 다른 버전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주어지는 오스카상에는 없지만 무대에 주는 토니상에 있는 것이 리바이벌 부문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재해석과 재구성,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가 담겨야 비로소 수상 후보로 거론될 수 있다.
최근 막을 올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무대다. 여성 연출가를 발탁해 섬세하고 선이 고운 작품으로 재구성해냈기 때문이다. 앙코르의 맛은 이런 재구성의 재미에서 찾아낼 수 있다. 연말 공연가의 앙코르 공연들에도 기대하게 되는 ‘무대’만의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