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영화계의 오랜 비수기다. 추석과 겨울방학 성수기를 잇는 일종의 다리로, 블록버스터보다는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중급 규모의 화제작들이 주로 공개된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여 앞둔 이번 주에는 강동원·고수 주연의 ‘초능력자’와 덴절 워싱턴 주연의 ‘언스토퍼블’(이상 10일 개봉) 등이 관객과 만난다. 두 편 모두 남성 투톱을 앞세운 액션 스릴러물이다.
◆ 두 남자의 충돌 쾌감 ‘초능력자’
눈빛만으로 타인의 정신을 지배하는 초인(강동원)은 돈을 구하러 간 전당포에서 자신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고수)을 만나 당황한 나머지 전당포 사장(변희봉)을 살해한다. 때 묻지 않은 성품의 규남은 사장의 죽음에 분노하고, 초인을 뒤쫓는다. 초인은 규남과 경찰의 끈질긴 추격에 조금씩 이성을 잃어 가고 살기를 내뿜기 시작한다.
초능력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단골 소재다. 남과 다른 능력을 초반에는 인정받지 못하지만, 결국 인류를 구원하고 추앙받는다.
그러나 ‘초능력자’의 초인은 스스로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부적응자에 가깝다. 자신의 능력을 오로지 생계를 꾸려가는 데만 사용한다. 전통적인 수퍼 히어로물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강동원과 고수의 대결은 그 자체로 그림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남자의 충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막판에는 다소 지루해진다. 일본 영화에서 주로 접할 수 있는 서늘한 유머를 수시로 곁들이지만 다소 겉돈다. 보는 쾌감에 읽는 맛까지 더해졌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 기차는 달린다 ‘언스토퍼블’
언제부터인가 덴절 워싱턴은 토니 스코트 감독과 ‘짝패’가 됐다. 2004년 ‘맨 온 파이어’를 시작으로 ‘언스토퍼블’까지 네 편에서 호흡을 맞췄다.
그가 스코트 감독과 손잡고 창조한 캐릭터는 대부분 남성적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자상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를테면 ‘은둔한 영웅’인데, ‘언스토퍼블’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테랑 기관사 프랭크(덴절 워싱턴)와 신참 윌(크리스 파인)은 폭발성 화물이 실린 기차가 정비공의 부주의로 엔진에 시동이 걸려 운행을 시작하자 이를 막으려 애쓴다.
폭주하는 기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손발이 저릿할 만큼 속도감이 가득하면서도 드라마 읽기의 소소한 재미가 엿보인다.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연출력 덕분이다. 킬링타임용으론 제격이다.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