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군이 싸군다워야 싸군이지” 싸이(33)가 4년 만에 발표한 정규 5집 ‘싸이파이브’의 1번 트랙 ‘싸군’의 노랫말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곡은 아쉽게도 19금 판정을 받았다. 노랫말보다 더 독한 건 가수 데뷔 후 겪은 10년의 시간이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막힌 속을 뻥 뚫어버릴 만큼 통쾌하다. 싸이는 싸이다워야 싸이이기 때문이다.
track No.1 싸군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줄 몰라 보여도 오랜만의 활동 강행군이 만만치 않다.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리허설이 가장 힘들단다.
“아이돌 후배들을 다시 보고 있어요. 그 이른 아침에도 목소리가 다 나와요. 리허설 전에 이미 목을 다 풀고 온다는 얘긴데, 허허 이녀석들, 너무 잘난 외모 덕에 실력과 노력이 저평가 받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가장 ‘싸이스러운’ 컴백 시나리오를 짜 놓은 것 마냥, 서는 무대 마다 화제 만발이다. 까마득한 후배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주는 덕에 ‘싸이가 뭥미’라는 댓글을 달던 10대 팬까지 단숨에 흡수했다. 인터뷰 전날엔 격하게 춤을 추다 바지가 찢어지고 속옷이 노출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날 실시간 검색어에서 ‘싸이 바지’가 ‘박지성 골’을 제쳤으니 이보다 핫할 수 있나요. 일부에선 연출 의혹을 제기하는데, 집에 네살 된 쌍둥이 딸이 보고 있습니다. 하하.”
track No.2 롸잇 나우
타이틀곡 ‘롸잇 나우’는 그에게 부와 명예 그리고 부담까지 안겨준 ‘챔피언’의 대를 잇는 곡이라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달라진 가요계 환경 탓에 온라인 차트 1위라는 성과가 온몸으로 느껴지지 않는 요즘이다.
“온라인 차트 1위를 싹쓸이 한 날 대학 축제에 갔는데 ‘롸잇 나우’를 아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내가 어느 나라 1위를 한건가 황당했죠. 생각해보면 ‘챔피언’도 저와 8년을 지내고 온갖 환난을 함께 하니 그 정도의 무게가 생긴거더라고요. 장훈이 형이 만날 그래요 ‘오래 부르는 놈이 결국 이긴다’고. 두고 보세요. 내년 5월엔 ‘롸잇 나우’가 챔피언 송이 될테니. 후후.”
19금 판정을 받은 곡이 일부 있지만 예전 만큼 독기가 묻어나진 않는 평도 듣는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군대 얘기로 스스로를 희화화 시키고 결혼한 아비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면서 ‘힘 빠진 것 아니냐’는 오해도 산다.
“이슈를 만들려고, 혹은 음반을 위해 독한 척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매 순간의 싸이를 노래에 담았거든요. 지금의 싸이는 별로 독한 말을 하고 싶지 않은가 봐요. 제 독설의 강도가 줄진 않았는데. 제가 약해진 게 아니라 시절이 독해진 것 같아요.”
track No. 12 나의 Wanna Be
새 앨범과 컴백하면서 아이돌 스타의 산실이 된 YG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았다. “이제 어딘가 기대고 싶어졌다”며 눙을 쳤었지만 또 다른 꿈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가수 선배가 어떻게 오늘을 맞이 했는지 궁금했어요. 5년간 수업 받는다는 생각으로 들어갔죠. 제작자는 관리 감독을 잘 하는 게 제1 덕목인데 난 나 조차 관리가 안 되니 제작자는 5년 뒤에나 생각해 보려고요. 하하.”
데뷔 10주년을 맞은 만큼 드는 생각도 많다. 10년 전 꿨던 꿈을 이미 다 이룬 것 같아 포만감을 느끼다가도 10년 전 꿈의 범주에 들지 못했던 현실 앞에 허기가 지곤 한다.
“음악 시작할 때 딱 두 가지였어요. 곡 의뢰 많이 받는 작곡가, 체육관에서 공연하는 가수. 10년 전 꿈을 오늘 살고 있으니 진짜 행복해요. 앞으로의 10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공연을 하는 가수가 되는거에요. 규모든, 의미든 ‘공연은 싸이다’ 자타 공인 받고 싶어요.”
인터뷰 내내 중간에 껴 있는 지금이 참 좋다고 했다. 12월 완타치 공연에서 김장훈과 한 무대에 설 때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2PM 우영과 댄스 배틀을 벌일 때도 잘 어울리는 위치가 됐기 때문이다.
“요즘 참 좋아요. 아이돌 후배들은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 하고, 집에 가면 딸 쌍둥이가 뛰어 나와 ‘아빠 춤 춰봐!’ 하죠. 에너지를 받았으니 팬들을 또 뛰게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