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목회 로비 의혹과 관련, 국회의원 사무실 11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둘러싸고 빚어진 검찰- 국회 간의 샅바싸움이 예상보다는 싱겁게 끝나는 분위기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검찰의 판정승이라 할 수 있다.
장외투쟁에 검찰총장 탄핵을 운운하던 야당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다. 분노에 찬 목소리로 검찰을 야단칠 것 같았던 여당도 “소환 조사에는 응해야지”라며 여당본색(與黨本色)을 드러냈다.
예산국회고, 개헌논의고 말도 꺼낼 수 없을 만큼 정치권이 냉각되면서 파행이 당연시되던 국회는 9일 ‘극적인’ 여야합의를 통해 10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날 기업형슈퍼마켓(SSM) 관련한 쌍둥이 규제법안 가운데 유통법을 처리키로 했고, 상생법은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예산심사를 위한 상임위 활동도 정상화하기로 했다. 야당이 요구한 민간인 사찰과 대포폰 사용, 검찰 비리 등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 요구는 추후에 논의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난리 치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 만큼 빠른 회복력이다. 여야는 압수수색과 관련한 긴급 현안질문을 하기로 했지만, 검찰에 대한 화풀이 성격이 짙다. 체면치레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의 이 같은 성과 뒤에는 ‘타이밍’의 힘이 컸다. G20 개최 직전이라는 시점은 우선 청와대로 하여금 비판에서 자유롭게 했다. “G20 개최 준비에 정신없이 바쁜데 어느 누가 국회를 상대로 한 기획사정에 매달릴 수 있겠느냐”는 해명에 시비를 걸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의회에 대한 정권의 탄압’ 논란에서 비껴난 셈이다.
그러면서 구도는 자연스럽게 ‘국회 대 검찰’의 대결로 형성됐다. 정치권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더 선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나쁜가’의 싸움이 된다. 집단 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됐을 때 검찰보다는 국회가 좀 더 욕먹기가 쉽다.
그렇다고 검찰이 너무 자신감을 갖기는 이른 것 같다. 이제 1라운드일 뿐이다. ‘누가 더 나쁜가’의 싸움인 만큼 채점자의 심기를 잘 살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