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임을 입증하는 외모,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갈 줄 아는 영민함, 여기에 영화배우 남자친구까지 뒀다. 이쯤 하면 ‘모든 걸 다 가진 여자’다. 김효진(26)이 KBS2 새 월화극 ‘매리는 외박 중’의 서준 역으로 매력을 원 없이 쏟아낸다. 대본엔 ‘섹시한 동시에 우아함과 청순함까지 가진 쿨한 여배우’라고 쓰여 있다. 역시나 모든 걸 다 가진 그다.
‘외박 4인방’ 호흡 척척
늦여름 연극 ‘풀 포 러브’ 연습실에서 만났던 그의 가느다란 팔에는 멍자국이 수두룩했다. 사랑을 미움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메이 역을 맡아 두 계절을 보내고 나니 밝고 경쾌한 기운이 절실했단다. 그가 맡은 서준은 극 중 남자 주인공인 무결(장근석)과 1년 전 헤어진 여자친구다. 영혼의 샴쌍둥이 같던 무결과 다시 엮이게 되고, 드라마 제작자 정인(김재욱)과 일로 얽히면서 갈등하게 된다.
“또래와 연기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문) 근영이는 같은 소속사라 워낙 친하고, 재욱씨는 동갑이라 편해요. 근석씨는 ‘성균관 스캔들’ 팬을 다 끌어다 주길 기대하고 있죠. 둘로 패가 나뉘었어요. 스물셋 팀, 스물여섯 팀. 전 당연히 후자고요. 호호”
극을 이끄는 4인방 중 유일하게 원작에 없던,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가이드 라인이 없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서준을 탄생시키는 엄마 같은 마음이라 연기할 맛이 더 난다.
“서준이는 한 마디로 쿨하고 멋진 여자예요. 그 막연한 느낌을 말투나, 행동, 스타일로 풀어내는 게 제 몫이죠. 원작에 없던 역할이니 제 스타일을 슬쩍슬쩍 담아보려고 해요. 어떤 부분이 김효진이고 어떤 부분이 서준인지를 가늠하는 재미도 클 것 같아요.”
멋스런 ‘서준 룩’ 뜰거야
여배우가 여배우를 연기한다는 건 흥미롭지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캐릭터에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실제로도 저럴 것”이라는 오해에 휩싸일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김효진도 서준 같을 것’이라고 한다면 큰 칭찬이 될 것 같아요. 톱스타가 아닌 라이징 스타라 스타 의식에 젖어 있지도 않고, 그럼에도 자기 의식은 분명히 있는 친구거든요. 자기 생각도 거침없이 얘기하고, 매니저 없이 자유롭게 다니고. 후후. 제가 봐도 부러워요.”
‘패션 아이콘’과 ‘베스트 드레서’ 타이틀을 놓치지 않는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스타일 퀸’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딱 한 장면, 딱 한순간 스치고 지나도 존재감을 또렷하게 만드는 극 중 모습은 1, 2회 방영 직후 드라마 게시판을 북적이게 했다.
“여성 시청자들의 경우 연기력만큼 스타일에 주목한다는 걸 ‘홍콩 익스프레스’ 때 알았어요. 매 회 드라마 게시판에 ‘김효진 옷 어디 건가요’가 단골 질문이었거든요. 처음엔 연기력 대신 외모가 더 중요한가 싶어 속도 상했는데, 여배우로서 대중의 관심을 충족해줄 무언가가 하나 더 있구나 싶더라고요.”
여배우 설정인 만큼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이 주를 이룬다. 그가 잡은 컨셉트는 ‘록 시크 무드’. 타고난 몸매에 하루 두 시간 요가를 빼먹지 않는다니, 걸치는 옷마다 트렌드가 될 만하다. 이를 일찌감치 간파한 협찬 러브콜도 쉼이 없다.
“제가 원래 남자보다 여성 팬들이 더 많아요. 나이가 들면서 ‘예쁜’이라는 수식어보다 ‘멋진’이라는 말에 더 끌려요. 드라마 끝날 때쯤엔 ‘김효진 스타일’이나 ‘서진 룩’ 같은 신조어를 기대해 봐도 되겠죠? 그런데 여성 팬이 더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