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화책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동네 만화방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마우스로 책장을 넘기는 ‘디지털 만화책’도 좋지만 역시 만화책은 높이 쌓아놓고 손때 묻은 책장을 넘기며 봐야 제맛이다. 여기에 계란 넣은 라면까지 곁들인다면 완벽하다.
여기, 학창 시절 만화방에 들러 키득키득거리며 라면을 먹어본 추억이 있는 이들을 위한 카페가 있다. 바로 이름마저도 명랑만화스러운 ‘한잔의 룰루랄라’다. 어른들을 위한 만화방이라고나 할까. 콜라 대신 모카포트로(그것도 모카포트의 진수라고 불리는 비알레티 브리카를 사용) 내린 커피가, ‘파송송계란탁’의 해물라면이 기다리고 있다.
한잔의 룰루랄라는 무엇보다 위치가 좋다. 만화전문서점 한양툰크와 북새통 사이에 자리한다. 이렇다 보니 만화가들도 즐겨 찾는다. 만화가들의 인터뷰 장소로도 애용되는데, 지난해에는 ‘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 마쓰모토 하지메의 인터뷰가 이뤄지기도 했다.
허름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구부터 만화 잡지와 동인지 그리고 만화책이 이어진다. 창가 테이블은 누구나 와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넓은 탁자가 놓여 있다. 탁자 위에는 라이트박스와 스탠드가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 안장을 이용해 만든 스탠드에서 주인의 재치가 느껴진다. 곳곳에 놓인 책장에는 500여 권에 달하는 만화책이 꽂혀 있다. 허영만의 ‘오! 한강’부터 윤태호의 ‘이끼’까지 오래된 만화책부터 최근 화제작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퇴근 후 이곳에서 만화책을 보며 해물라면을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 입가심은 주인이 정성스레 만든 커피가 좋겠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룰루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릴 것이다.
/글·사진 윤희상(여행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