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이 어린 연예인들의 성적 침해를 막고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청소년 연예인 성 보호와 학습권 및 공정 연예활동 보장 대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이 이틀 전 전해졌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다.
몇몇 선진국은 이른바 아이돌 스타들의 혹사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16세 이하 연예인들은 오후 6시가 넘으면 반드시 촬영장을 떠나야 하며 하루 9시간30분(공부 3시간, 휴식 2시간 포함) 이상 일할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아역스타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빠듯한 제작 기간에도 밤샘 촬영을 피하고 방학 중에만 월드 프로모션 투어를 다닐 수 있었던 이유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연예 활동이 금지돼 있다. 미국 역시 정규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홈스쿨링을 받도록 하는 등 미성년자 연예인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촬영장 혹은 방송국에서 보게 되는 미성년 연예인들은 건강한 성인들도 견뎌내기 어려울 만큼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동틀 무렵 스튜디오 대기실의 간이의자에서 엄마의 무릎을 베고 쪽잠을 자는 아역 배우들, 진한 화장과 선정적인 무대의상 차림으로 하루 6∼7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청소년 가수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연예기획사들과 일선 제작진은 ‘연예 영재를 조기에 발굴·육성하는 취지이며, 인성 교육은 우리도 한다’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이번 대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제도의 성공 유무는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나이 어린 연예인들이 노래와 연기만 아는 ‘기계’나 ‘상품’으로 키워지는 것을 막는 것은 무조건 어른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