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크린에서 여배우가 사라졌다!
남성 톱스타들을 앞세운 영화들이 흥행 상위권을 주로 차지하면서, 올해 초부터 시작된 ‘남고여저(男高女低)’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기간별 박스오피스 자료에 따르면 흥행작 20편 가운데 9편이 한국 영화다.
이 중 여배우가 비중 있는 투톱으로 출연한 영화는 수애와 엄지원이 각각 유지태·임창정과 호흡을 맞춘 ‘심야의 FM’과 ‘불량남녀’ 단 두 편이다. 이민정이 나온 ‘시라노;연애조작단’이 있지만, 여주인공이 극을 이끌고 가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다소 어렵다.
반면 남자 배우들로만 출연진을 꾸린 영화는 대세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를 시작으로 설경구 주연의 ‘해결사’, 주진모·송승헌 주연의 ‘무적자’, 김인권·김정태 주연의 ‘방가?방가!’, 황정민·류승범 주연의 ‘부당거래’, 강동원·고수 주연의 ‘초능력자’ 등이다. 이들 작품은 주조연급 여배우가 나와도 아주 적은 비중이거나, 아예 출연하지 않는다.
이처럼 여배우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까닭은 스릴러와 액션 혹은 선 굵은 사회 드라마와 블랙 코미디 등 남성 캐릭터에 주로 초점을 맞춘 장르의 영화들이 지난해부터 대거 기획·제작되고 있어서다.
관객 동원력을 지닌 여배우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이유다. ‘하녀’의 전도연’, ‘하모니’의 김윤진, ‘베스트셀러’의 엄정화 등이 홀로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여배우의 전부나 다름없다.
이 같은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황정민은 “요즘 한국 영화를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만큼도 골라 먹는 재미가 없다”며 “특히 여배우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영화 제작자는 “장르의 편중도 심각하지만 모험을 기피하는 여배우들의 습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여배우들이 안전하게만 영화를 고르려고 하다 보니 빚어진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