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흡혈귀와 ‘왕따’ 소년의 가슴 아픈 사랑을 그린 ‘렛미인’이 18일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기존 뱀파이어 영화와 달리, 보는 시각에 따라 여러 장르로 해석될 만큼 작품 복잡한 의미들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렛미인’을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세 가지 감상법을 소개한다.
◆ 공포영화인가? 로맨스물인가? = 인간의 피를 갈구하면서도 교감을 원하는 극 중 애비(클로이 모레츠)는 피만 보면 잔인한 괴수로 돌변한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목을 물어뜯는 모습은 웬만한 하드고어 공포영화를 능가한다. 애비와 동거하는 중년남 토머스(리처드 젠킨슨)가 애비 대신 피를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인 뒤 목에서 피를 받아내는 장면 역시 충격적이다.
그러나 외톨이 오웬(코디 스밋-맥피)과 애비가 큐빅을 매개로 가까워지고, 이들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스 부호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에 가깝다.
◆ 여기저기에서 드러나는 시대물의 흔적 = 2년 전 동명의 원작 소설을 먼저 영화화했던 스웨덴판과 달리, 이 작품은 시대적 상황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하던 1980년대 미국이 시간적·공간적 배경이다. 소련(현 러시아)과 신냉전체제를 구축하며 타자의 침입, 즉 공산주의의 확산을 경계하던 당시의 사회상이 낯선 이방인과 힘없는 약자를 두려워하고 괴롭히는 마을 주민들과 학생들로 재현된다.
◆ 스웨덴판보다 낫다? 못하다? = 두 편 모두 잔인함의 강도는 비슷하다. 다른 점은 할리우드판이 훨씬 화려하고 드라마틱해졌다는 것이다. 스웨덴판이 북유럽 영화 특유의 건조하고 스산한 분위기가 강한 반면, 할리우드판은 특수효과 등을 가미해 볼거리를 늘렸다. 수입사인 누리픽쳐스는 “같은 원작을 차례대로 스크린에 옮겼을 뿐, 할리우드판이 스웨덴판을 리메이크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한 뒤 “비교할 순 있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