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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러 발레 명가 ‘우아한 일주일’ 선물

■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한국인 무용수 유지연 은퇴

‘러시아 발레의 명가’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지젤’(9∼10일), ‘백조의 호수’(12∼13일)에 이어 갈라 공연(14일)을 마지막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마라톤을 연상시키는 긴 내한 일정이었지만 마린스키 발레단은 공연마다 새로운 스타를 선보이며 세계 정상의 기량을 과시했다.

백색 발레의 진수 ‘지젤’에는 발레단의 간판으로 떠오른 알리나 소모바가 등장했다. 사랑스러운 마스크로 남성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소모바는 특유의 긴 다리와 부드러운 관절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

천천히 공기의 흐름을 가르는 팔의 움직임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공연장의 구석구석까지 넓게 쓰며 연기의 폭을 계산하는 그녀에겐 어느덧 연륜이 묻어 나왔다. 높은 무게중심으로 가끔 밸런스가 무너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소모바의 짝으론 미소년의 마스크가 인상적인 아드리안 파데예프가 나섰다. 깃털이 날리는 듯한 가벼운 점프가 인상적이었지만 발레리노 제1의 의무인 파트너 홀딩에는 난조를 보인 점이 흠으로 남았다. 지휘자 파벨 브벨리니코프는 순음악의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댄서들의 컨디션에 맞게 템포를 조절하는 순발력이 돋보였다.

갈라 공연에는 마린스키 발레단의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신고전주의 작품인 조지 발란신 안무 ‘스코틀랜드 심포니’에는 다시 소모바가 주역으로 나서 슬로 템포에 맞춰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듯 자연스러운 테크닉을 이어 갔다.

쇼팽 피아노 소품에 발레를 입힌 로빈스 안무 ‘인 더 나이트’에선 귀족의 마스크에 느닷없는 익살스러운 포즈가 유명한 발레리노 시클라로프의 호연이 돋보였다. 공연 내내 정중한 서포트로 눈길을 사로잡던 그는 커튼콜에서 탄력있는 둔부를 거듭 보이는 유머러스한 마임으로 객석을 술렁이게 했다.

포킨 안무의 ‘빈사의 백조’에는 발레단의 유일한 외국인 단원 유지연이 나섰다.

1995년 마린스키에 입단해 15년간 발레단 생활을 함께한 유지연은 수석 무용수가 아니지만 은퇴 무대의 영광을 얻었다. 죽어가는 백조의 고통과 발레단과 작별하는 아쉬움이 어우러져 연기가 끝나는 순간, 객석에선 기립 박수가 터져나왔다.

갈라의 하이라이트는 ‘발레 여제’ 로파트키나가 주역으로 나선 ‘파키타’ 그랑파였다. 관객을 빨아들일 것 같은 눈동자로 정제된 테크닉을 밟아 가는 로파트키나의 연기는 마술과 같았다. 파트너로 나선 코르선체프가 애정을 듬뿍 담은 성실한 서포트로 1주일간 펼쳐진 발레 미학의 진수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정호·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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