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소재와 주제를 앞세웠으나, 색깔은 전혀 다른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같은 날 맞붙는다.
18일 개봉될 신은경·정준호 주연의 ‘두 여자’와 신하균·심혜진 주연의 ‘페스티발’로, 불륜에 휘말린 부부의 비극적인 종말과 이웃집 변태들의 유쾌한 소동극을 각각 다뤘다. 파격적인 수위의 성(性) 혹은 성적 취향의 묘사가 비슷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이 판이하므로 색다른 비교가 가능할 듯싶다.
산부인과 여의사 소영(신은경)은 건축가이자 교수인 남편 지석(정준호)의 따뜻한 사랑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지석의 불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상대가 남편이 가르치는 대학원생 수지(심이영)란 것을 확인한 그는 수지가 아르바이트를 겸해 요가 강사로 일하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한다. 정체를 감추고 수지와 가까워진 소영은 남편과 수지에 대한 복수심과 연민으로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전작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결혼 제도의 문제점과 모순을 감각적으로 파고든 정윤수 감독은 ‘결혼 3부작’의 완결편인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진다.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남성과 남편의 불륜녀를 이해하는 여성을 내세워 사랑의 허상과 참모습을 동시에 얘기한다.
문제는 지나치게 단조로운 극 구성으로 질문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점이다. 특히 다소 황당해 보이면서도 예측이 가능한 결말부는 어렵게 쌓았으나 쉽게 허물어지는 모래성의 마지막을 연상시킨다.
신은경·정준호·심이영 등 주요 출연진의 열연은 인상적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줄거리만 놓고 보면 이웃끼리 돌아가며 ‘관계’를 맺는 일본의 핑크영화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러나 섹스를 말하지만 그리지는 않는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상대의 잠자리 취향을 무시하기 일쑤인 경찰관 장배(신하균)는 어느 날 여자친구(엄지원)가 자위 기구를 구입해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한 뒤부터 자신의 성기 사이즈에 더욱 집착하기 시작한다.
딸 자혜(백진희)와 사는 한복집 여주인 순심(심혜진)은 철물집 주인 기봉(성동일)과 만나면서 SM에 눈뜨고, 고교 교사 광록(오달수)은 아내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속옷 가게에서 여성용 속옷의 부드러운 감촉에 빠져든다. 당돌한 성격의 자혜는 인형에만 집착하는 어묵 장수 상두(류승범)에게 끈질기게 구애한다.
다소 음습해 보이는 소재이지만, 분위기는 해맑고 귀엽다. 감춰진 성의 세계를 양지로 끌어내려 애쓴 덕분이다.
킥킥대는 웃음은 계속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게 약간의 흠.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이 데뷔작 ‘천하장사 마돈나’에 이어 다시 선보인 독특한 유머 코드가 관객들과 어느만큼 공감대를 형성할지가 흥행 성공의 관건일 것이다. 중후반대의 늘어지는 전개도 아쉽다. 역시 18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