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주목받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현대그룹이 예상을 뛰어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고 성장동력도 확보하게 됐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입찰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6일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비밀유지조항 때문에 정확한 인수가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금융계 안팎에서는 현대그룹이 입찰가격으로 5조원대 중반을,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보다 수천억원 적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채권단이 매각하는 현대건설 보유주식 3887만9000주(34.8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시장에서는 3조5000억∼4조원 대가 될 것으로 추정해 왔다. 결국 두 그룹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정성 논란과 특혜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예상을 뛰어넘는 인수 가격을 써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자체 보유 현금이 1조5000억에 지나지 않아 인수ㅁ 이후 유동성 위기가 오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경영위기를 겪은 바 있다.

이와 관련 그룹 관계자는 “자금조달방법에 대해서는 입찰제안서에 충분히 밝혔고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 현대건설 인수 실무를 진행했던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상무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유로 “가격, 비가격 부문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은 이달 말까지 현대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내년 1분기 안에 주식매매계약과 주식대금납부 절차를 거쳐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