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선균(35)을 만나면서 드라마 속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모습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감정의 변화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얼굴에, 필요한 말만 한다. 조금 무뚝뚝하기까지 하다.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호해 영화에서만큼은 일부러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피했다”는 그가 다음달 2일 개봉될 ‘쩨쩨한 로맨스’로 실생활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다.
연기할 때만 ‘훈남’
로맨틱 코미디는 2년 전 ‘로맨틱 아일랜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강렬한 액션 혹은 진한 감정이 극을 이끌고 가는 장르일수록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잡힐 듯 알쏭달쏭한 극의 느낌이 다소 부담스러워 기피하기 일쑤였다.
또 ‘커피프린스 1호점’ ‘달콤한 나의 도시’ ‘파스타’ 등 몇몇 인기 드라마로 굳어진 ‘훈남’ 이미지를 굳이 스크린으로 가져가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쩨쩨한……’을 선택한 이유는 포장되지 않은 인물들의 살아 숨쉬는 사랑 이야기가 한국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탄생을 예감케 해서다. 솔직히 더 이상 나이가 들면 로맨틱 코미디의 출연 제의가 줄어들 것같은 위기감도 한몫 거들었다. “아들이 이달 말이면 돌인데, 애가 크고 가정 생활을 오래 하면 로맨틱 코미디의 출연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왠지 어려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시나리오도 좋았지만요.”
최강희와 ‘술 인연’
마음먹고 달려들었지만 역시 어려운 게 로맨틱 코미디였다. 장르의 법칙을 제대로 따라가고 관객의 요구에 부응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었다. “관객들은 로맨틱 코미디를 보러 올 때 확실하게 원하는 게 한 가지 있어요. 바로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이죠. 기대를 충족시켜주느냐 여부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탓에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다른 장르들에 비해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다행히 상대역인 최강희가 있었다. 이론만 해박한 섹스 컬럼니스트 겸 스토리 작가 다림으로 나와 성질 더러운 만화가 정배 역의 이선균을 상대로 특유의 엉뚱하고 발랄한 매력을 내뿜는다.
촬영 기간 중에는 좀 더 친해지기 위해 최강희에게 술을 가르쳤다. ‘달콤한……’에서 한 차례 공연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시간이 너무 없어 제대로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술을 사이에 두고 마음을 열었다. “드라마 촬영 당시 (최)강희씨가 맥주 한 잔을 먹자마자 기절하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천천히 음주의 세계로 인도한 이유였습니다. 먹여보니 의외로 독한 술을 잘 마시더라고요. 술맛을 알게 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듯싶네요.(웃음)”
박중훈과 투캅스 호흡
이달 말부터 신작 ‘체포왕’의 촬영에 돌입한다. 선배 박중훈과 공연한다. 범인 검거 실적을 올리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는 형사들이다.
촬영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박중훈은 일찌감치 캐릭터 연구를 끝낸 것 같은데, 자신은 ‘쩨쩨한……’의 홍보에 매달리느라 소홀히 임하는 것처럼 느껴져 괜히 불안하고 미안한 감정이 앞선다.
“연기하면서 박중훈 선배님한테 폐를 끼치면 어쩌나, 싶어 고민입니다. 다행히 초반에는 선배님을 위주로 찍기 때문에 시간은 살짝 벌었지만, 투톱 가운데 한 명이 삐끗하면 큰일나거든요. 준비할 게 많아 하루라도 빨리 촬영 준비에 들어가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당장 지금의 설렘보다 다가올 내일의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한 이선균이다.
/사진=최현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