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털털' '4차원' '친환경' 같은 수식어와만 어울릴 것 같은 배우 최강희(33)가 섹스 칼럼니스트라니. 발칙하고 후끈한 음담이 오가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다음달 2일 개봉)는 놀라운 변신과 그의 숨겨놓은 속살 같은 매력으로 가득 채워졌다.

미니스커트 첫 도전

이번 영화에서 그에게 주어진 인물은 수백 권의 성 서적과 연애 서적을 독파했지만 실전 연애 경험은 없는 허세로만 가득한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이었다. 우연히 성인만화 공모전을 준비하는 만화가 정배(이선균)를 알게 되고 어마어마한 상금에 눈이 멀어 공동작업을 시작한다.

“시나리오가 재기 발랄해 한눈에 끌렸지만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주위에 모니터링을 부탁했는데 ‘네가 하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라는 말이 자신감을 떨어뜨렸거든요. 그런 기대를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 같은 거죠.”

그럼에도 그를 작품으로 이끈 건 “그들의 생각을 깨 볼 테다”는 본능적인 승부욕이었다. “최강희에 대한 고정틀을 깨고 싶었어요. 귀엽고, 순진한 척. ‘전 아무것도 몰라요’식의 동정 캐릭터 이상의 무언가가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저 자신을 제일 잘 알잖아요.”

평소 바지와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만 입기로 유명한 그는 첫 대본 리딩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상대의 화를 돋우기도 하며 능글맞지만, 귀엽고 섹시하기까지한 캐릭터를 시작부터 몸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갔어요. 영화에서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게 아마 처음일 거예요. 리딩 끝나고 첫 회식을 했는데 술을 마시고 에프엑스의 ‘누예삐오’를 춤추며 부르기까지 했죠. 그랬더니 시원하더라고요. 주위에서는 ‘쟤가 저런 면이 있네’라며 놀라워 했고, 저는 촬영 내내 그 이미지로 살 수 있었죠.”

촬영 기간 중 그를 본 단짝 송은이와 김숙은 “쟤가 드디어 ‘여자짓’을 하기 시작했다”며 놀라워했다. “남들이 낯설게 보면 저도 어색하지만, 제게는 충분히 그런 면이 있거든요. 호호.”

이선균과는 2년 전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만났지만 친해질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술 못 마시기로 소문났지만 술까지 배워가며 제대로 친분을 쌓았다.

“대사가 워낙 자극적이고 민망해서 서로 뻔뻔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다행히도 마셔보니 제가 독주 체질이더라고요. 덕분에 몇 회차 지나지 않아 대사가 입에 착착 붙고, 부끄럽지도 않더라고요. 이번 영화는 정말 빨리 현장에 가서 뱉어보고 싶을 만큼 대사가 맛있었어요.”

‘선행’ 소문나서 쭉∼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연예인 최초로 골수를 기증하는가 하면 헌혈유공장을 수상할 만큼 헌혈을 생활화하는 그의 삶은 작품활동 이상으로 유명하다.

“아무도 모를 때는 만족감이 있고 좋았는데 너무 알려지다 보니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워요. 괜히 의식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도 같고. 그럼에도 알려지는 데 거부감이 없는 이유는 대중을 동참시킬 수 있어서죠. 또 선행은 일단 뱉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든 지켜나가려고 노력하게 되니까요.”

자연주의 삶을 추구하기 때문인지 운동을 해본 적도 없다. 얼마 전 처음으로 피트니스센터를 가봤다는 그는 “배용준, 이나영씨도 다니는 데라고 해서 가봤다. 그런데 하루 하고 포기했다. 정말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그냥 배용준씨 얼굴 한 번 보고 온 걸로 만족했다”고 웃었다.

“연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인위적인 노력보다는 현장을 즐길수록 관객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한 게 이번 영화예요.”/사진=서승희(라운드테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