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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볼쇼이

[김민웅의 인문학 탐사]

표트르 대제는 17세기 러시아를 제국으로 확장하고 서유럽 국가들을 모델로 전격적인 개혁정책을 펼친 군주였다. 모스크바와 쌍벽을 이루는 상트 페테르부르크도 그가 건설한 도시다.

서유럽의 대도시에 못지않은 규모와 수준을 과시하려 한 표트르 대제의 의욕이 담긴 산물이었다. 하지만 과중한 토목공사에 반발한 민중들을 폭압적으로 진압한 철권 통치자이자, 아버지의 통치 방식과 유럽주의에 도전한 외아들 황태자 알렉세이도 고문으로 죽인 무서운 권력자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죽고 나서도 러시아는 유럽처럼 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뿜어낸다. 그 결과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는 18세기 당시 황제 소유로 된 두 개의 극장이 각기 만들어지는데 하나는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위해, 다른 하나는 연극 공연장으로 문을 열었다.

규모가 큰 것은 오페라와 발레 극장 쪽이었다. ‘볼쇼이’는 러시아어로 ‘거대한’, 또는 ‘웅장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볼쇼이 극장’은 대극장이라는 의미가 된다.

한편 ‘발레’하면 흔히 ‘볼쇼이 발레단’을 떠올리게 된다. 볼쇼이 교향악단도 명성이 높다. 모두 볼쇼이 극장과 한 몸이 되어 탄생한 러시아 최고의 예술집단이다. 한때 유럽 문명보다 뒤떨어졌다는 열패감이 있었지만, 문학에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가 있고 음악에는 차이콥스키가 있는 나라가 된 러시아로서는 예술적 자부심이 대단해졌다. 그러나 정치가 예술을 지휘하면서 러시아의 영혼은 멍들고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스탈린 이후 러시아의 예술가들은 정치의 도구가 되지 않으면 예술가의 자리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예술은 하늘이 준 영감보다는 권력의 손짓에 민감해졌고, 권력은 종을 부리듯 예술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령으로 만들어진 예술은 이미 생명력이 사라진 ‘제품’이거나 팔리기 위해 존재하는 ‘상품’일 뿐이다. 영화 ‘더 콘서트’는 볼쇼이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단원 자리를 빼앗긴 채 비참하게 지내왔던 예술가들이 그런 시대의 폭력을 뚫고 감동적인 공연을 이루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술의 탄생’을 우리는 여기서 목격하게 된다. 볼쇼이가 그 말 그대로 웅장하고 위대한 예술 정신을 상징한다면, 그건 권력이 예술을 존중하고 예술이 권력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일이다. 규모가 큰 극장을 가지고 있다고 볼쇼이가 되지는 않는다.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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