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가 유랑극단에 입단했습니다.”
연극계의 거목 박정자가 창작뮤지컬 ‘어머니의 노래’로 돌아오면서 던진 호쾌한 첫마디다.
‘어머니…’는 6·25 전쟁부터 이른바 ‘한강의 기적’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냈던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다. 한국마사회(KRA)가 선보이는 문화 사업의 하나로 제작됐으며 25일 경기도 포천반월아트홀을 시작으로 다음달 28일까지 충북 단양문화예술회관, 전북 고창 전국 13개 지역을 돌며 무료로 공연한다.
23일 대학로에 위치한 장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극배우지만 뮤지컬이 어색할 이유가 없다. 배우는 항상 열려 있는 존재”라고 말을 이었다. 문화적인 갈증이 심한 곳을 위주로 ‘어머니’를 내세운 감동을 전파할 생각에 박정자는 벌써 신명이 돋는 얼굴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 한 달여 강행군이 예상되고, 무대 위에서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해야 하지만 불안과 기대 속에서 출발해야 성공 후 짜릿함이 배가됩니다. 이런 도전이 너무 즐거워요. 유랑극단과 새로운 여행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온 몸을 작품에 투신하며 서늘하고 깊은 감동을 줘온 그의 카리스마는 노래와 춤을 만나 훨씬 입체적인 무대가 꾸려질 전망이다. 젊은 무용가들과 함께 무대에서 구르고 춤추며 큰 에너지를 받았다는 그다.
작품에서 박정자는 한 많은 삶을 묵묵히 이겨냈던 어머니의 강인함과 혈육의 상처를 보듬었던 모성애를 때로는 절절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려낸다.
시집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을 6·25 전쟁터로 떠나보내고 아들마저 월남전쟁으로 잃어버린 파란만장한 여인의 삶이 질퍽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작품은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동백아가씨’ ‘굳세어라 금순아’ ‘꽃밭에서’ 등 유행가 11곡을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편곡해 재즈와 클래식 선율로 들려준다.
안무가 박명숙과 안애순이 지난 60년간 한반도를 지켜낸 선인들의 애환을 무용수 20여 명의 몸짓으로 풀어낸다. ‘어머니…’의 젊은 시절 역할은 배해선이 맡았고 남편 역은 이건명과 그룹 Y2K 출신인 고재근이 번갈아 맡는다.
문의:02)589-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