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가상 현실을 스크린에 담아낸 ‘트론:새로운 시작’(다음달 30일 개봉)이 소재, 영상기술, 드라마적인 면에서 21세기 SF 영화의 새 길을 제시한다.
영화는 컴퓨터 속 가상 현실에서 수퍼 컴퓨터와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래머들의 이야기로 상상 속 이야기를 현실로 펼쳐낸다. 케빈 플린(제프 브리지스)은 최고의 가상 현실을 창조한 천재 박사지만 수퍼 컴퓨터는 그의 가상 현실 프로그램 ‘트론’을 통째로 삼켜버린다.
아버지를 이어 천재적인 컴퓨터 기술을 지닌 아들 샘 플린(개럿 헤들런드)은 디지털 세상에 감금된 아버지를 찾아 위험천만한 사이버 세계 속으로 뛰어든다.
현재와 과거, 디지털과 아날로그, 현실과 가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영화의 내러티브는 그동안 등장했던 여느 SF 영화들과 차별된다.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에서 드라마, 코미디, 스릴러, 미스터리 등 모든 장르의 배합을 성공시킨 애덤 호로비츠와 에드워드 키트시스가 ‘트론’의 시나리오를 맡았다.
이런 기발한 소재와 이야기는 할리우드 특급 테크니션들의 참여로 완성도를 높였다.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건축학을 전공했고 엑스박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허머 등 굵직한 회사의 상업 광고를 연출해 주목받은 인물이다.
독특한 이력만큼이나 코신스키는 건축, 제품 디자인, 공학, 음악 등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파생된 테크놀로지를 영화에 집약시켰다.
그와 함께 ‘트랜스포머’ ‘2012’ ‘피터잭슨과 번개 도둑’ 등의 컴퓨터 그래픽과 3D를 창조해낸 디지털 도메인이 영상을 책임졌다. 이들은 웅장한 사이버 스페이스, 초고속으로 내달리며 극한의 스릴감을 주는 서바이벌 게임 등 생생한 입체감을 자랑하는 3D 영상을 만들어 냈다.
SF 어드벤처 장르의 영화지만 드라마가 주는 감동이 ‘트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영화는 캐빈과 샘 부자의 화해 과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아카데미에 다섯 차례 노미네이트된 제프 브리지스는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크레이지 하트’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비롯한 미국 내 거의 모든 영화 시상식의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에라곤’ ‘4 브라더스’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개럿 헤들런드는 차세대 할리우드를 짊어질 유망주 1순위로 급부상하는 배우로 브리지스와 실제 부자의 느낌을 주는 절절한 연기를 선보였다.